서울발레시어터 15돌 기념 공연 안무가제임스 전-안성수 씨 강렬한 개성 선보여
“아, 그랬나요? 전혀 몰랐어요.”
두 사람이 마주앉자 학교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 씨와 현대무용 안무가 안성수 씨는 미국 뉴욕 줄리아드음악원 무용원 동문이다. 전 씨가 1985년 졸업, 안 씨가 1989년 입학해 함께 배운 시기는 없다. 두 사람은 27, 28일 경기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서울발레시어터 15주년 기념공연 ‘모던발레프로젝트 JOY’에 함께 작품을 올린다. 안 씨는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 3번 ‘에로이카’를 음악으로 한 신작 ‘영웅’을 내놓는다. 전 씨는 1999년 초연한 ‘세레나데’를 일부 리메이크해 무대에 올린다.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음악으로 사용했다.
이어 ‘세레나데’ 연습이 시작됐다. 특징은 남녀를 가리지 않은 흰색 치마. 긴 치맛자락을 손에 들고 무대를 가로지르는 무용수들의 몸짓으로 갈매기의 날갯짓을 표현했다. 무용수 중 몇 명이 치맛자락을 잘못 잡아 길이가 훌쩍 짧아지자 먼발치에서 보고 있던 전 씨는 “다리 다 보인다! 치마 똑바로 잡아야지!”라며 대뜸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때 경험은 두 사람의 작품세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현대무용과 모던발레로 장르는 다르지만 음악성이 강한 안무를 선보인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영웅’ 동작이 음 하나하나를 정확히 짚고 넘어간다면 ‘세레나데’의 동작은 음악을 타고 흐르듯 감성적이다. 전 씨는 “음악원과 무용원이 함께 있어 공짜 오케스트라 공연도 많았고 음악전공 학생들과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때 배운 게 지금까지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 씨도 “학교 때 청음시험을 보던 게 기억난다. 안무에서 음악은 50% 이상의 역할을 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모던발레와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함께 공연을 올리는 이유 역시 ‘배운 것을 실천하기’에서 출발한다. “줄리아드를 다닐 때는 여러 선생님의 다양한 스타일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몸이 자유로워지고 안무에 대한 생각도 넓어졌죠. 우리 발레단 단원들도 같은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전 씨) “무용수들이 새로운 움직임을 잘 받아들여 오히려 제가 배우고 있어요. 이런 작업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열심히 춤추는 무용수들이 곧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안 씨)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