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세는 정부 관료의 머리에서는 쉽게 나올 수 없는 구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큰 숙제'를 내준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그날(통일)을 대비해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됐다"고 밝히자 경제부처 당국자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통일 리스크 대비'라는 당위에는 공감하지만 그 실천방안(통일비용 마련)을 만들어내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통일세와 기존 남북협력기금 간의 차별성을 어떻게 국민에게 설명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남북협력기금은 분단상황을 관리하는 기금이고, 통일세는 훗날 통일 이후에 쓸 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세든, 남북협력기금이든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통일'과 관련해 국민이 부담하는 돈이란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1991년부터 조성된 남북협력기금은 올해 6월 말까지 총 9조9490억 원이 모였고, 이중 5조5436억 원이 대북 인도적 지원 등에 사용됐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통일세 논의를 본격화하려면 먼저 '그동안 남북협력기금은 어떻게 쓰였고, 통일을 어떻게 대비해왔는가'라는 성찰과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통일비용 마련 방식이 꼭 세금이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독일의 통일비용 마련 방식에서도 조세(약 27%)보다 국채발생(약 53%) 비중이 더 컸다. 국채발행 이외에도 △유휴 기금의 활용 △공기업 매각 △사회보험료 인상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통일비용 마련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해보면 통일복권 발행이나 각종 기존복지기금 활용 등 세금 인상 이외의 방안에 대한 찬성이 훨씬 많다"고 전했다.
이런 쟁점과 논란을 극복하고 통일세가 신설된다면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의 한 관계자는 "부가세를 2,3%포인트 정도 올리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목적세 형식을 취하면 조세저항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의 부가세 예상 수입은 48조7000억 원으로 전체 국세 수입(171조1000억 원)의 28.5%를 차지한다. 부가세 세율을 2%포인트만 올려도 연간 세수가 약 10조 원 늘어난다. 또 한국의 부가세 세율은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보다 낮다.
그러나 각종 제품이나 서비스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는 고소득층보다 중·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이 된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은 물가 상승과 가처분소득 축소로 이어진다. 그래서 경제계 일각에서는 1990년 12월 폐지된 방위세 제도의 부활을 고려하는 등 다른 방식의 '통일세'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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