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불혹이 된 KIA 최고참 이종범은퇴는 언제? 시기 안 정해, 은퇴강요 문화 없어져야후배들 보면? 하루하루 삶에 안주…절실함이 안보여
“‘박수칠 때 떠나라’란 말을 이해 못하겠어요. 박수 받으면 더 열심히 뛰어야죠.”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아직 은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단다. 전성기의 활약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는 여전히 팀이 위기를 맞았을 때 유난히 빛나는 한국 야구의 별이다.광주=박영철 기자
○ 은퇴? 아직 모른다
2010년 이종범은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선발 출장보다는 교체 출장이 많고 아예 경기에 나서지 않는 날도 종종 있다. 8개 구단 현역 선수 중 몇 안 되는 40대 선수로서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달 26일 삼성 양준혁(41)이 은퇴 선언을 했다. 양준혁과 이종범은 1993년 함께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993년 둘이 벌인 신인왕 경쟁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치열했다. 이후 양준혁은 푸른 사자의 영웅으로, 이종범은 붉은 호랑이의 전설로 역사를 써 나갔다. 양준혁이 은퇴 선언을 하니 팬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이종범에게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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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박수 칠 때 떠나라고 말을 하는데 난 이해 못하겠다. 박수 칠 때 왜 떠나나? 박수 받으면 더 열심히 뛰어야지”라고 말했다. 또 “나이 든 선수에게 주위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선수는 떠밀려 은퇴를 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라운드를 떠나는 것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도 선수 스스로 하게끔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한 시대를 풍미한 야구 천재의 바람이었다.
○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해야
이종범은 지난달 9일 악몽 같던 16연패를 끊는 날(한화전 4-2 승리) 한일 통산 2000안타를 달성했다. 다음 날 그는 4안타를 몰아치며 2연승을 이끌었다. 팀이 위기가 닥쳤을 때 큰형님은 유난히 빛났다. 그는 “난 운동을 못하면 내일이라도 은퇴해야 하는 처지다. 위기가 닥쳤을 때는 좀 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했다. 은퇴 시기를 정해 놓지 않았지만 내일이라도 은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뛰는 이종범을 만든 것은 ‘절실함’이다.
그는 “요즘 후배들은 그저 하루하루에 만족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스타를 슈퍼스타로 만드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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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이종범의 뒤를 이을 선수는 누굴까. 타격과 주루플레이에 능한 선수가 등장하면 사람들은 곧잘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KIA에서는 이용규와 안치홍 등이 꼽힌다. 특히 이용규는 7월 타율 0.443에서 보듯 최근 물오른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이종범은 이용규에 대해 “아직 어리고 한창 해야 할 선수다. 팀의 주축으로서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본인의 후계자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게 뛰어나면 저게 부족한데…. 제2의 이종범이라 하는 선수는 너무 많다”며 웃었다.
많은 야구팬은 이종범이 타석에 서기만 해도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박수에는 그가 이룬 역사에 대한 존경과 그의 하루하루에 대한 응원이 담겼다. 이종범이 생각하는 박수에 대한 보답은 절실함이 가득한 플레이다. 이종범의 후계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기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아직까지 이종범의 정신을 따라갈 선수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광주=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