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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홍진표]G20과 계엄령의 추억

입력 | 2010-08-05 03:00:00


공안(公安)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가 편안히 유지되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나 ‘공안정국’의 부정적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1980년대를 거치며 억압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안보라는 단어도 정치적 이용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위험의 과장이라는 의심이 따라다닌다. 권위주의 시대의 갈등과 대립이 특정한 단어의 본래 의미를 훼손하는 부정적 환영(幻影)을 만들어냈다.

회의경호가 공안정국 부른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100일 앞두고 벌어지는 과잉 경호 논란에서도 1980년대의 유산이 발견된다. 민노당은 ‘G20 경호 특별법’을 놓고 군대의 동원을 상상하며 계엄령 운운하는 논평을 발표했는데, 그 감각은 과연 몇 년도 산인지 궁금하다. 만에 하나 G20회의가 테러공격에 노출되면 군이라고 해서 참여 제한을 할 이유는 없다. 과거에 군이 정권안보에 이용되었다고 해서 시대가 변한 마당에 스스로 손발을 묶을 필요는 없다.

권력의 견제라는 입장에서는 오남용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즉각 옐로카드를 꺼내들고 싶을 것이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과 거의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민주화운동 경험자는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조차 시민권의 억압이나 통제와 잘 구분하지 못하는 관성에 익숙하다. 민주주의가 20년이 넘게 작동되어 정치적 자살을 원하지 않는다면 어떤 정권도 감히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정면 도전할 수 없는 시대변화의 공유가 잘 안된다.

필자와 같은 일반인은 G20회의의 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 수준의 조치가 적절하고 과한지 구체적 차원에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위임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다만 상식선에서 안전의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첫째, 9·11테러 이후 테러의 세계화와 일상화 현상이다. 알카에다 같은 국제 테러 조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기회만 있으면 테러를 감행한다. 둘째, 북한 정권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서울 올림픽과 한일 월드컵을 겨냥하여 1987년 KAL기 테러와 2002년 서해상의 도발을 감행하는 등 한국이 개최하면서 국제적 시선이 집중되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늘 표적으로 삼았다.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의 무결점에 대한 집착이 시민의 눈에는 호들갑이나 과잉으로 느껴질 수 있다. 본래 손님맞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일시적이지만 불편함도 따르므로 이런 체감의 간극은 소통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예컨대 당국의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집중단속은 국제 테러를 고려한 행위인데 테러집단이 외국인 노동자로 위장해서 잠입하기는 어렵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있다. 이런 조치의 배경을 잘 설명하지 않으면 인권침해 논란에 쉽게 빠지게 된다.

국민과 소통 못한 정부도 책임

그동안 현 정부의 홍보 무능력은 많은 질타를 받았다. G20회의의 경우에도 그 유치의 공을 말하는 단계는 지나갔다. 안전과 경호를 위한 정부 조치의 보편성과 정당성을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런 홍보는 항상 반대 논리와의 치열한 경쟁을 동반하는 만큼 국가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총론만으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G20과 같은 회의의 경우 다국적 시위대의 반세계화 시위는 회의의 일부처럼 되어버렸다. 2005년 홍콩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때는 한국의 농민단체 등이 1500명의 원정 시위대를 보내 시위공화국의 진면목을 알린 바 있다. 세계화 반대 시위의 자유는 존중해야 하지만 이런 시위가 의사 표현에 그치지 않고 회의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절제되지 않을 때가 있다. 정부가 국민의 공감대를 얼마나 얻느냐에 따라 이런 시위의 위협에 공권력 의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홍진표 계간 시대정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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