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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君子는 無衆寡하며 無小大히…

입력 | 2010-08-02 03:00:00


지난 호에 이어진다. 공자는 위정자가 五美(오미)의 덕을 지녀야 한다고 말하고서 그 하나하나에 대해 敷衍(부연)하였는데, 위는 그 가운데 泰而不驕를 부연한 말이다.

無衆寡와 無小大는 서로 반대되는 뜻을 지닌 두 형용사의 복합어 위에 無를 더한 형태로, 그 형용사들이 지시하는 양 극단의 어느 경우라도 관계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그런데 趙翼(조익)과 丁若鏞(정약용)은 無衆寡와 無小大를 互文(호문·두 어구의 뜻이 서로 기워져서 전체 뜻을 이루는 문장)으로 보아 ‘상대방이 衆且大(중차대·많으면서 큼)하든 寡且小(과차소·적으면서 작음)하든 관계없이’라는 뜻으로 풀었다. 無敢은 ‘감히 ∼함이 없다’ ‘감히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경’ ‘康誥(강고)’편에는 ‘聖人(성인·文王)은 鰥寡孤獨(환과고독) 등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을 감히 업신여기지 않았다’는 말이 있는데 不敢侮(불감모)는 여기의 無敢慢과 통한다.

인조 때 비변사 대신들이 쓰시마 島主(도주)의 외교문서를 수령하지 않자 趙翼은 交隣(교린)의 도리에 비춰 문서를 받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성인은 환과고독을 감히 업신여기지 않았다고 했는데, 환과고독이 어찌 두려워할 만한 존재라서 그랬겠습니까. 군자는 많고 적거나 크고 작거나 감히 교만하게 대하지 않는 법이라고 공자는 말했는데, 적고 작은 사람들에게 어찌 두려워할 만한 점이 있어서 그랬겠습니까. 성인은 사람을 대할 때 그가 두려워할 만한 자가 아니더라도 이처럼 두루 사랑하지 않음이 없으셨으니, 이 어찌 본받아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서경’과 ‘논어’의 구절을 인용하여 실리 외교를 주장한 것이다. 외교 문제는 명분만 주장해서는 안 될 듯도 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