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김시진 감독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구단이 상의한 적은 없다”며 아쉬워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넥센은 21일 송은범이 선발로 나온 SK를 10-3으로 대파했고 22일 카도쿠라 켄마저 무너뜨리며 2연승을 거두고 꼴찌에서 탈출했다.
지난해 말 넥센은 역대 최대 규모의 선수 장사를 했다. 팀의 간판이던 이택근, 장원삼, 이현승을 줄줄이 팔았다. 손에 넣은 현금만 55억 원. 1997∼1998년에 걸친 쌍방울의 대규모 세일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였다.
올 개막을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하위가 넥센의 몫이라고 전망했다. 1999년의 쌍방울처럼 2할대 승률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넥센은 지난해 승률 0.451로 6위였다. 올해는 23일 현재 0.398로 7위다. 순위가 한 계단 떨어졌고 승률은 0.053 줄었다. 하지만 쌍방울처럼 선수 세일 뒤 반 토막(0.468→0.224)이 나지는 않았다.
게다가 넥센을 떠난 선수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장원삼만 제 몫을 할 뿐 이택근과 이현승은 부진했다(표 참조). 삼성 내 최다승(9승)을 거두고 있는 장원삼도 넥센을 상대로는 1승 2패 평균자책 8.76으로 부진했다. 모든 구단이 트레이드를 할 때 가장 걱정하는 ‘부메랑 효과’는 전혀 없었던 셈이다. 반면 이현승을 두산에 내주고 10억 원과 함께 받은 금민철은 팀 내 다승 2위(6승)로 활약했다. ‘임도 보고 뽕도 딴’ 형국이다.
선수 장사라는 비난과 이에 따른 구단 이미지의 추락을 손실로 따지지 않는다면 거액의 생계비까지 챙긴 넥센의 선수 세일은 현재까지는 남는 장사로 보인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