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8강 이끈 지소연에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
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 씨가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자택에서 딸이 받은 트로피(아시아축구연맹 선정 19세 이하 여자대회 최우수선수상)와 국가대표 유니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홍진환 기자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한 마음 갖게 해주시고….”
사랑하는 딸, 소연아. 엄마는 오늘 새벽에도 너에 대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단다. 그 큰 부담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고생하는 너를 생각하면 기도밖에 해줄 게 없는 엄마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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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지소연이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중거리슛을 날리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우리 딸이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뛸 만큼 훌쩍 큰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옛날 생각을 많이 했어. 소연이가 처음 축구화를 신었을 때부터 모든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치더라.
초등학교 2학년이던 네가 처음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반대했었지. 다칠까 걱정됐거든. 그런데 평소 엄마 말이라면 한 번도 어기지 않던 네가 축구에서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고 결국 마음을 열었어. 허락은 했지만 사실 이후에도 말리고 싶은 마음은 숱하게 들었단다. 넌 부상을 당해도 가족이 걱정할까봐 아픈 내색조차 하지 않았잖아. 합숙이 끝난 뒤 집에 와 곯아떨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고.
어쨌든 엄마는 모든 고난을 혼자 힘으로 이겨내고 우뚝 선 소연이가 정말 자랑스럽다. 얼마 전 엄마가 “한국에 돌아오면 남자 친구도 한번 사귀어 보고 결혼도 일찍 하라”고 했더니 네가 그랬었지. 결혼은 엄마 병 다 치료하고, 동생 대학 졸업시킨 뒤 서른 살 넘어 하겠다고. 또 매번 그랬잖아. “실업 팀 가면 월급 나오니까 엄마는 공장일 하지 마. 내가 다 할게”라고. 이런 얘기 들을 때마다 엄마는 내색은 안 해도 가슴으로 울었단다. 해준 것도 없는데 항상 가족부터 생각하는 너를 보며 하늘이 우리 집에 천사를 내려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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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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