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물성 화장품의 오랜 꿈 현실로 구현가족기업서 34년만에 최고 브랜드 우뚝
시슬리 연구원들은 천연식물 추출물 배합의 ‘거장’이라 말할 만하다. 각 추출물이 서로 공존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시슬리에서 신제품이란 말은 혁신적인 과학적 발견을 뜻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완벽하지 않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 제공 시슬리
○ 환상이 현실로
시슬리가 창립된 1976년만 해도 유럽에서는 아로마세러피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천연식물과 에센셜 오일을 화장품에 적용하는 것은 당시 ‘혁신’이었다. 시슬리 창립자 위베르 도르나노 회장은 식물이 우리 삶에 호흡, 영양, 치료 성분을 제공한다는 것에 착안했다.
화장품 개발 초기, 민간요법에 쓰이는 여러 식물성분을 이용한 ‘순식물성’ 화장품을 만들려고 했으나 ‘가시밭길’이었다. 원료 수집부터 원료 추출, 추출액의 안정성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식물로 만든 화장품은 ‘꿈’으로 그칠 것인가. 하지만 도르나노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굳건한 의지, 식물학자들과의 7년에 걸친 공동 노력 끝에 결국 시슬리 화장품이 세상에 나왔다.
시슬리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에뮐씨옹 에꼴로지끄’(위)와 시슬리 창립자인 위베르 도르나노 회장 부부의 시골별장. 이들은 자연이 주는 혜택을 몸소 느끼며 산다. 사진 제공 시슬리
예를 들면 인삼은 한국에서, 센텔라 아시아티카는 아프리카에서, 타임은 1년에 단 하루만 수확을 하는 등 시기, 기후, 토양 등 모든 면을 고려해 수집한다. 이렇게 까다롭게 수집한 원료라도 공장에 도착한 뒤 약간이라도 이상한 점이 생기면 전량 폐기한다.
○ 여성을 생각한다
“아주 새로운 제품, 여성이 필요로 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채워줄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한다.” 이것이 시슬리의 철학이다. 제품 구매자가 고정 고객으로 자리 잡고, 주변 사람들에게 열정적으로 시슬리를 이야기하는 여성을 고객 모델로 삼고 있다. 카트린 드뇌브, 소피아 로렌 등 유명 배우들이 오래전부터 시슬리를 사랑했다.
가족기업으로 시작한 시슬리는 이제 80개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회사 측은 그리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초고속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로 ‘탁월한 제품력’을 꼽는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것을 넘어서서 앞으로 고객이 무엇을 찾을 것인지 파악한다는 것이다. 또 모든 단계에서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준수한다.
○ 스테디&베스트셀러
시슬리의 대표 제품인 ‘올 데이 올 이어’(위). 시슬리를 이끌어 나가는 위베르 도르나노 회장(가운데 의자에 앉은 사람) 가족. 왼쪽부터 부인인 이자벨, 딸 크리스틴, 아들 필리프. 사진 제공 시슬리
시슬리의 역사에 획을 그은 ‘스타 상품’은 한 시기에만 ‘반짝’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1980년에 처음 선보인 에센스 로션 ‘에뮐씨옹 에꼴로지끄’, ‘끄렘므 레빠라뜨리스’가 있다. 에뮐씨옹 에꼴로지끄는 시대가 바뀐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이며, 끄렘므 레빠라뜨리스는 온 가족을 위한 ‘SOS 크림’으로 피부를 진정 완화시키고 상처를 치유해 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쉬뻬 끄렘므 쏠레르 비자쥬’(1990년)는 선케어를 스킨케어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한 획기적인 콘셉트의 제품이다. ‘이드라-후레쉬 비자쥬’(1995년)는 보습을 강조한 제품이다. 촉촉한 감촉으로 크림 겸 마스크로 사용할 수 있다.
시슬리 선 케어 제품의 광고문구는 이렇다. ‘시슬리의 선 제품은 비쌉니다. 그러나 한번 사용해 본 분들은 다시 찾죠. 그들에게 한번 물어보세요. 왜 시슬리를 다시 찾았는지.’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