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보다 빛나는 차보석 할머니20대 때 사고로 한팔 잃고도마음만은 어느 부자 못잖아
차보석 할머니가 16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집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할머니는 매달 1만 원을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차 씨는 2007년 우연히 TV에서 부모 없이 파지를 주우며 살아가는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을 보고 기부를 처음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그 아이 얼굴이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아이 얼굴과 함께 할머니 마음속에 묻은 4남매의 얼굴도 하나하나 떠올랐다.
차 씨는 29세 때 서울 영등포 피혁공장에서 일하던 중 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다. 한쪽 팔 없이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남편과 함께 열심히 4남매를 키웠다. 길거리에서 두부도 팔고 신문도 배달하며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못해준 게 많았다. 학교 공납금은 항상 밀렸고 도시락 반찬도 변변치 못했다. 한창 예민하던 시기, 가정형편을 부끄러워하던 큰아들은 결국 집을 나갔고, 외동딸은 고교시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갑상샘에 문제가 있다던 막내아들은 군에서 의가사제대를 한 뒤 아직 완치가 되지 않았다. 차 씨는 8년 전 남편을 보내고 홀로 됐지만 ‘살아 있는’ 아들만 셋이어서 기초생활수급도 받지 못한다. 연금과 건강보험 혜택도 지난해 9월부터 받고 있다. 교회 지인의 도움으로 기거하고 있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5평 남짓한 방도 다음 달이면 비워줘야 하는 신세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나윤석 인턴기자 서강대 국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