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계 청소년들 동남부 그르노블서 이틀째 방화-총격전
30여 명의 젊은이는 교외 빈민가 빌뇌브에서 추도식을 끝낸 직후인 16일 밤 쇠몽둥이와 야구방망이 등 흉기로 무장하고 전차를 습격하는 등 난동을 부리며 다음 날 새벽까지 자동차 60여 대와 건설장비점 등 여러 곳의 상점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당초 최루탄을 쏘며 제압에 나섰지만 17일 오전 2시 반경 난동을 부리던 젊은이 가운데 1명이 경찰을 향해 총을 발사하면서 양측 사이에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다행히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장관은 이날 늦게 소요현장을 방문해 조속한 질서 회복을 다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 전에도 이 지역의 마약과 무기 거래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한 오르트푀 내무장관의 다짐을 반신반의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한 주민은 “오르트푀 장관의 방문은 오히려 이민자들의 반발만 키워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노조 SGP-FO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그르노블에서 폭력사태가 증가했다. 3월 이후 인근 알프스 지역 도시의 카지노가 습격당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현지 경찰은 정부에 그르노블을 ‘치안불안 지역’으로 지정해 경찰력을 강화해줄 것을 요구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프랑스 언론은 이번 충돌 사태가 2005년 11월 파리 북부 교외에서 발발한 이민자 폭동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2005년 당시 파리 북부 클리시수부아에서 이민자 청소년 2명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 사고로 숨진 뒤 두 달가량 300여 채의 건물과 1만여 대의 차량이 불타는 등 혼란 상황이 지속됐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