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외고 해외유학반 2004년 졸업생 현주소
아이비리그까진 잘 갔다
“시민권 없이 취업은 기적
이방인이라는 장벽 느껴”
대학원 진학자도 같은 고민
한국 U턴해도 문제
“유학생은 오래 못버틸것”
국내 대기업서 기피 분위기
글로벌 기업으로 눈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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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만치 않은 미국 취업문
“시민권 없는 외국인 신입사원을 뽑는 것 자체가 기업에는 귀찮고 소모적인 일이에요. 당연히 같은 ‘스펙’이라면 미국인이나 시민권자를 뽑죠. 우리 선배 기수들도 대학은 다들 잘 갔는데 졸업 이후 잘됐다는 얘기는 거의 못 들어봤어요.”
지난해 귀국해 국내에서 미국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 씨는 “시민권 없이 미국에서 취업하는 일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유학생 신분일 때 받는 학생비자는 학업을 마치는 동시에 유효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현지에서 취업을 하지 않는 이상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대학 졸업 후 현장실습(OPT) 차원에서 전공과 연계된 직장에서 근무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유효기간은 1년뿐이다. 미국에서 취업을 하려면 고용하려는 기업이 별도 비용을 들여 미연방 노동부에 취업허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미국 자국민 고용 보호를 위한 장치로, ‘해당 신입사원은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내용이 들어간다. 취업허가서가 발급되면 귀국해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는 “글로벌 위기 이후 미국에도 일자리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외국인을 채용할 경우 이 사람이 회사에 꼭 필요하다는 이유를 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귀국 후 국내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모 씨는 ‘문화적 차이와 외로움’을 또 다른 장벽으로 꼽았다. “처음 한국을 떠났을 때의 욕심과 달리 미국 생활 내내 느꼈던 이질감이 싫어 꼭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어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가족까지 모두 이민을 떠난 게 아닌 이상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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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으로 돌아와도 문제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당장 취업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공식적으로는 ‘능력 있는 인재는 해외 유학과 상관없이 뽑는다’고 하지만 실제 면접을 본 유학생들이 체감한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한국 채용담당자들은 유학생은 오래 못 버티고 금방 그만둔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경험한 적 없는 한국 사회생활을 견뎌낼 수 있겠냐 이거죠.”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김모 씨는 “최근 한 대기업 입사 면접에서 ‘처음에는 복사 업무만 맡게 될 텐데 잘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국내 학생들도 어학능력이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에 외국 명문대 출신이라고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며 “업무능력과 네트워크, 힘든 일도 참아낼 수 있는 마인드를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아예 일본이나 홍콩 등 아시아권의 글로벌 기업을 선택하는 유학생도 있다. 최근 미국계 투자은행 일본지사에 취업한 최모 씨는 미국 회사 면접에도 합격했지만 일부러 일본행을 고집했다. 그는 “일본은 고용만 되면 취업 비자는 쉽게 받을 수 있는 편”이라며 “조직문화도 위계질서가 강한 한국과는 차별화되면서도, 같은 아시아권 문화여서 미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이어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은 앞으로 진짜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걸 위해 무엇을 준비할지도 미리 생각해보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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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나윤석 인턴기자 서강대 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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