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16년이라는 세월을 교도소에서 큰 고통을 받은 피고인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사법부는 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인권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하겠습니다.”
8일 간첩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다가 26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선 정모 씨(69)는 재판부의 사죄가 끝나자 울먹이며 “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이내 피고인석에 엎드려 한 맺힌 울음을 쏟아냈다.
정 씨는 1965년 10월 서해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섬 주민과 함께 조개잡이를 하던 중 납북됐다 그해 11월 말 귀환했다. 이후 1983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정 씨가 월북한 친척과 접선하고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영장도 없이 불법 구금했다. 정 씨는 안기부의 고문과 가혹행위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했고 고통에 못 이겨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정 씨는 198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6년을 복역한 뒤 2000년 출소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