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일 맞은 경기도청 ‘365일 24시 민원실’민원 60%가 급한 여권 관련직장인-자영업자 등 애용수원 전철역에도 민원센터
올 3월 문을 연 ‘경기도 365일 24시 언제나 민원실’이 생계에 바쁜 서민들의 전용 민원창구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청 1층에 자리한 24시 민원실 모습. 사진 제공 경기도
얼마 전 경기도청 1층에 자리한 ‘365일 24시 언제나 민원실’(24시 민원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 중년 남성은 다짜고짜 자신을 아프리카로 보내달라고 했다. 이 남성은 “아프리카로 보내주지 않으면 모 시청 앞에 우물을 파고 폭탄을 설치하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까지 했다. 간담이 서늘해진 여직원은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주는 모 방송국 프로그램을 안내해 주고서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술만 취하면 수시로 전화를 걸어 “죽겠다”며 자살 소동을 벌이는 남성도 올 3월 문을 연 24시 민원실의 ‘단골 고객’이다.
○ 100일 맞은 ‘24시 민원실’
24시 민원실이 야간이나 공휴일 같은 취약시간대 민원 전용 창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민원인들의 거주지는 수원시 등 경기지역이 많다. 그러나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찾아와 다급한 민원을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민원의 유형도 다양하다. 가장 많은 것은 여권 관련 민원으로 6335건(60%)에 달했다. 이어 생활민원 1842건(18%), 무료 법률 상담 1098건(10%)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여권 관련 민원은 대부분 해외 경조사 참석이나 갑작스러운 출장 등의 이유로 급하게 출국하려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았다. 자녀 대학 등록금으로 쓸 돈을 지인에게 떼인 중년의 직장인, 폭행을 당하고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 70대 할머니는 무료 법률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도로 파손, 폐수 방류, 응급환자 진료상담 등 중요한 민원은 한밤중이라도 전담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출동해 해결하고 있다.
이처럼 밤낮 구분 없이 운영되다 보니 이색 상담이나 요청이 적지 않다. 전화를 받은 여직원들을 상대로 “가장 적당한 남성의 키는 얼마인가”라고 묻거나 다짜고짜 노래를 부르며 “제목을 알려달라”는 사례도 있다. 술에 취한 채 전화를 걸어 “도지사를 바꿔달라”며 30분 넘게 온갖 욕설을 해대는 젊은 여성도 직원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하다. 24시 민원실 직원들은 최근 민원실 근무의 에피소드를 모은 책자 ‘백일야화’를 내기도 했다.
○ 전국 첫 ‘전철역 민원실’ 개소
김종규 경기도 민원담당은 “전철역에 행정서비스를 위한 민원실이 설치되는 것은 전국에서 수원역이 처음”이라며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출퇴근 시간에 편하게 민원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