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격언 - 최고의 예언가는 과거1950년대 전자 열풍→90년대 닷컴 광풍역사가 반복되듯 ‘묻지마 투자’도 되풀이경기사이클-자금동향 꼼꼼히 따져야
일러스트레이션 김남복 기자
주식투자자를 조롱하는 유머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주식투자라는 게 아주 단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사실 주식투자를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면 ‘BLASH’라고 할 수 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Buy Low And Sell High’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주식투자가 단순한 만큼 과거의 사례가 반복될 때가 많다. 증권시장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1990년대 말 기술주 열풍이 증시를 휩쓴 적이 있다. 이때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닷컴(dot-com)’이라는 말이 들어간 회사가 기업공개 될 때마다 광적인 투기 열풍이 불었다. 기업 수익성은 따져보지도 않고 너도나도 기술주를 사지 못해 안달이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대부분의 기술주는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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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역사는 반복되고 주식시장의 역사 또한 반복된다. 과거 동향을 연구하면 어떤 상황에서 주가가 정점을 만들고 폭락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주가의 바닥이 형성되고 상승하기 시작하는지, 주가가 상승할 때 어떤 주식이 주도주가 되어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지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은 “가장 뛰어난 예언자는 과거다”라고 했다. ‘과거의 역사가 미래를 보여주는 예언자’라는 통찰력이 엿보이는 문구다. 월가의 성공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도 “통계학 따위를 공부한 것보다 역사나 철학을 공부한 것이 주식 시장에 대한 준비 과정으로 훨씬 나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는 주식시장이 변곡점에 다다르면 ‘이번만은 다르겠지’라고 생각한다. 3년 전 종합주가지수가 꾸준히 상승하며 2,000을 돌파했을 때도 ‘이번엔 과거와 달리 주가가 큰 조정 없이 계속 오르며 3,000 이상 갈 수 있다’는 낙관적인 예측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예측과는 반대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주가지수는 1,000 아래로 폭락했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번 위기는 과거와 다르다’며 지수가 500 선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길한 전망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템플턴 그로스 펀드’를 세계 최고의 뮤추얼펀드로 성장시킨 존 템플턴 경은 ‘This time is different(이번엔 다르다)’라고 말하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한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에서 배우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또다시 후회하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종합주가지수의 수준이나 개별 기업의 주가 수준은 경제 성장이나 기업 실적에 따라 다르므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제 사이클과 증시 주변의 자금 동향, 시장 참여자의 투자심리 등을 면밀히 살펴 과거에 발생했던 상황과 비교할 필요는 있다. 지나간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실패하기 쉽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으면 실패 확률을 줄여 성공 투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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