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자연과학]男女의 차이는 어디서 왔나…남자다운 남자 어디로 갔나

입력 | 2010-07-03 03:00:00

男女뇌구조-호르몬 달라
교육으로 바꾸는 데 한계

성 중립적 사회에 약화된
옛 남성다움의 회복 강조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루안 브리젠딘 지음·황혜숙 옮김/272쪽·1만3000원/리더스북
◇남자다움에 관하여/하비 맨스필드 지음·이광조 옮김/484쪽·2만3000원/이후


어려서부터 남자와 여자는 차이를 보인다. 여자아이들이 바비인형을 갖고 노는 동안 남자아이들은 자동차 장난감에 매달린다. 남자아이는 노는 시간의 65%를 경쟁에 할애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경쟁심이 강하고 공격적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훨씬 큰 성적(性的) 호기심을 나타낸다.

이런 차이를 학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규명한다. 선천적 기질에 따른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후천적 환경이나 학습의 영향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의 루안 브리젠딘 교수는 뇌의 차이를 통해 양성의 기질 차이를 설명한다.

책은 남자를 시기별로 구분해 뇌가 어떻게 남성성을 좌우하는지 짚었다. 4년 전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을 썼던 그는 이번 책에서도 직접 겪은 임상과 연구 결과들을 인용한다.

뇌는 임신 8주부터 발달한다. 태아가 남자일 경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먼저 뇌를 남성화한 후 다른 호르몬인 뮐러관억제물질(MIS)과 힘을 합쳐 뇌에서 여성적 특징을 제거한다. 이 호르몬들은 출생 이후 남자아이에게 움직이는 물체를 찾아내 쫓아가고, 목표를 명중시키고, 적을 격퇴하는 놀이를 하고 싶은 욕구를 촉발한다.

이런 선천성은 후천적 학습에 의해 바뀔 수 있을까. 저자는 세 살 난 아들에게 해봤던 ‘실험’을 예로 든다. 그는 아들이 여성적 감성도 갖췄으면 하는 생각에 바비인형을 사줬다. 그런데 아들은 바비인형을 칼처럼 쥐고 놀았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나이의 남자아이는 힘과 공격성을 과시할 때 뇌의 신경화학적 작용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완력과 욕설을 함께 사용하면 효과는 더욱 좋다. 아동연구가 엘리너 매코비에 따르면 이런 식의 놀이는 뇌에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에 남자아이들은 늘 더 강한 전율을 추구하게 된다.

청소년기에 이르면 남자의 테스토스테론은 20배 증가한다. 시각에 의해 성적으로 끌리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에 여성의 몸매에 집중하게 된다.

중학생 제이크의 사례. 숙제를 하기 위해 앉아 있는 순간 그의 뇌를 소형 스캐너로 살펴보자. 그의 전전두엽, 즉 주의집중 영역이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깜빡거린다. 그러나 공격성을 강화하는 호르몬인 바소프레신과 테스토스테론이 뇌를 통과하면서 섹스와 공격 회로가 활발해진다. 능글거리는 딜런의 얼굴이 떠오르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간다. 그러다가 꽉 끼는 스웨터를 입고 학교에 온 조에의 모습이 생각나면 성적 회로가 활성화되면서 주의가 산만해진다.

성인기 남자의 뇌는 테스토스테론이 계속 높은 수치를 유지하며 짝짓기와 섹스, 보호, 위계질서에 집중한다. 그러다 아이를 낳으면서 남자의 뇌는 큰 변화를 겪는다. 아내의 임신 기간과 출산 직후 남편의 프로락틴 수치는 올라가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떨어진다. 이에 따라 성적 욕구는 억제되며 아기의 울음을 들을 수 있도록 청각회로가 발달한다.

남자는 왜 여자와 차이를 보일까. ‘남자다움’이란 어떤 것인가. ‘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에서 저자 루안 브리젠딘 교수는 뇌의 차이가 남녀의 차이를 결정짓는다고 설명하고, ‘남자다움에 관하여’를 쓴 하비 맨스필드 교수는 성적 중립을 추구하는 현실이 ‘남자다움’을 약화시킨다고 역설한다. 그래픽 박초희 기자

중년기 남자의 뇌에선 서서히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한다. 그러나 섹스와 영역 보존, 매력적인 여성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지속된다. 노년기 남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점차 낮아져 85세가 되면 20세 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에스트로겐의 비율이 증가하고 옥시토신 수치가 더 높아진다. 옥시토신 때문에 애정과 감정에 더욱 민감해지고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로 공격성이 약해진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추어 브리젠딘 교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뇌의 차이에 따른 것이므로 교육을 통해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결론짓는다.

‘남자다움에 관하여’는 다른 방식으로 남녀의 차이를 설명한다. 저자는 하버드대 정치학과의 하비 맨스필드 교수. 그는 미국 우파 학계의 거물이며 네오콘의 핵심 이론가로서 보수적 입장을 대변해 왔다. 남녀의 차이를 얘기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남자다움(Manliness)’에 대해 얘기하고 남자다움의 회복을 강조하는 게 책의 요지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키아벨리, 헤밍웨이 등을 인용하며 펼치는 그의 논지는 논쟁의 소지가 다분하다. 오늘날 사회가 ‘성 중립적’으로 변하면서 남자다움이 약해졌다고 한탄하고,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중요한 일이 남성의 몫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2006년 이 책이 미국에서 나왔을 때 페미니스트들이 거세게 비판한 것은 당연했다. 저자 역시 그런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남자다움에 대한 온건한 방어를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그는 성 중립적 사회의 특성을 ‘성적 구분을 자유의 비합리적인 장애물로 간주하는’ 사회로 설명한다. 그러나 겉으로는 성 중립적 사회로 보여도 오늘날의 현실에서 변한 것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고위 정치가는 여전히 남성들 몫이며, 새로운 발견을 하고 이론을 개척하고 상을 받고 회사를 창업하는 사람들은 대개 남성이라는 설명이다.

‘남자다움’의 표상으로 저자는 아킬레우스를 들고, 남자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문구로는 ‘노인과 바다’의 “남자는 패배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남자는 파괴될 수 있지만 굴복하지는 않는다”를 꼽았다.

거센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그의 의도는 무엇일까. 남자다움을 ‘위험 앞에서의 자기 확신’으로 정의하고 “이슬람 파시스트에 대항해 실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는 (전쟁을 선호하고 위험을 즐기는) 남자다움이 중요해진다”는 그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남자다움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은 실재적 위협에 직면한 현실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분히 미국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 쓴 이 책이 한국 독자들,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