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전모델의 재조명’ 워싱턴서 국제학술회의● 재벌기업 역할 재발견“80년대 중반 R&D투자확대중진국함정 탈출 토대 마련”● 민주정부 무능론 비판도“1987년 민주화후 경제성장권위주의 정부때보다 나아”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윌러드 호텔에서는 ‘한국 발전모델의 재조명: 이슈, 논란, 그리고 교훈’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40여 명의 학자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룬 한국모델의 공과를 따지고 한국 모델이 다른 나라에도 적용 가능한지 집중 토론했다. 사진 제공 주미 한국대사관
한국경제학회, 한국정치학회,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회의의 주제는 ‘한국 발전모델의 재조명: 이슈, 논란, 그리고 교훈’이었다. 40여 명의 국내외 학자들은 한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었던 비결,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는 어떤 관계를 갖는지, 한국의 발전은 다른 나라나 다른 문화권에 이전할 수 있는가, 국제적 환경은 한국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비결에 대해 참석자들은 연구개발 투자의 증대에 따른 기술 역량의 축적, 재벌의 역할, 수출 주도 전략의 전환 시점, 개방과 자유화의 긍정적 효과 등을 꼽았다. 정부 역할만 강조해서는 개방을 통한 경쟁 압력의 효과를 놓칠 수 있고 대기업들의 연구개발 능력을 경시하기 쉽다는 논점도 새롭게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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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한국 권위주의의 성격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1970년대 발전모델이 군사독재정부라는 성격 규정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한국의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복수의 정당이 존재했고 선거를 통한 경쟁이 있었으며 비판적인 언론도 존재했다는 점이 차별적인 요소였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임혁백 교수는 한국이 민주화 이후에도 경제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거로 ‘민주정부 무능론’을 비판했다. 임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래로 국내 투자율을 비롯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총 고정자본 형성률, 무역수지 흑자,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면에서 민주정부는 권위주의 정부보다 좋은 성과를 냈을 뿐 아니라 선진국과 비교해도 더 낫거나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개발 경험의 타국 이전에 대해서는 교육과 기술개발능력 확보의 중요성이 오늘날에도 강조돼야 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서울대 이근 교수는 “개발도상국들이 낮은 임금에 기초한 수출공업화를 추진하여 일정 기간 고성장을 보이다가 이를 지속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이 이런 중진국 함정을 넘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 기업들이 사내 연구소를 설치하거나 연구개발비를 늘린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발전 경로가 국제환경에 영향을 받았듯, 한국의 발전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환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제기됐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동아시아 중위 통합체 형성의 필요성과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은 이런 지역통합의 과정에서 동아시아와 미국, 동북아와 동남아,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고 중화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이것이 약소국을 벗어난 중위국가인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국제적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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