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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극상 논란’ 부른 서울경찰 실적평가 어떻기에…

입력 | 2010-06-30 03:00:00

범죄자 여죄 밝혀냈을땐 ‘추가 점수’

강도살인범 검거땐 70점-절도 20점… 그룹 평가도
“실적탓 무리한 수사” vs “범죄검거율 올 30% 올라”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28일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양천서 가혹행위 사건의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연 이후 경찰의 ‘실적 측정’ 방법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채 전 서장은 “조 청장 취임 이후 실적 압박이 너무 강해져 직원들이 가혹행위를 하면서까지 실적 경쟁에 매달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뿐 아니라 어느 조직에나 있는 실적평가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의 실적은 기본적으로 범죄에 따라 점수가 다르게 부여된다. 살인이나 강도 등의 범죄는 기본 점수 자체가 높고 절도 등은 비교적 낮다. 서울지방경찰청이 내놓은 ‘2010년 수사·형사 업무성과 평가계획’을 살펴보면 살인은 기본점수가 50점이지만 절도 20점, 장물 5점 등으로 나뉜다. 경찰 시각에서는 중범죄자를 검거할수록 개인 점수를 쌓을 기회가 높은 셈이다.

이 기본 점수에 추가로 붙는 것이 ‘가점(加點)’이다. 가점은 범죄자의 여죄를 추궁해 밝혔을 때 붙는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강력팀장은 “가혹행위가 있었던 양천서는 가점 점수가 기본점수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며 “이에 따라 형사들이 무리하게 한 범죄자에게 여러 범죄 혐의를 추궁했다”고 말했다. 실제 양천서에서는 기본 점수가 20점인 절도의 경우 가점으로만 건당 2.5점씩 최대 50점을 받을 수 있었다.

개인뿐 아니라 그룹평가도 있다. 서울 지역 경찰서별로는 A급(강남 서초 등)과 B급(강북 강서 등), C급(노원 용산 등), D급(종로 성북 등)으로 4개 그룹을 만들고 목표 점수를 다르게 설정해 달성하도록 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실적주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 일선서 경찰관은 “실적 때문에 주민의 사소한 범법행위도 냉혹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며 “실적이 전과자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채 전 서장의 주장과는 달리 조 청장의 실적주의가 범죄율을 많이 낮췄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경찰관은 “성과주의가 경찰관들을 피곤하게 하지만 실제 강도 살인범을 많이 검거하는 치안 효과는 분명 발생한다”고 말했다. 서울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 실적주의를 본격 표방한 이후 서울의 범죄검거율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올랐다”며 “특히 생계형 범죄를 절도 실적으로 올리면 점수를 깎는 등 보완책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29일 “치안 만족도 향상을 위해서는 실적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지속적으로 보완해 추진할 것”이라며 ‘실적 압박’ 논란에도 실적주의를 계속 지향할 뜻을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