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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션/동아논평]혐한감정 심상치 않다

입력 | 2010-06-29 17:00:00




 ◆ 동아논평 : 혐한감정 심상치 않다

남아공 월드컵 한국 대 우루과이전에서 한국이 아깝게 패한 뒤 중국 누리꾼으로부터 한국의 8강 탈락을 축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주요 포털사이트 중 한 곳인 왕이가 중국 누리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매우 기쁘다"는 응답이 "낙담했다"는 응답의 2배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설문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면 한국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중국인의 한국 비판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언제부터인가 중국인들은 한국 축구팀과 맞붙는 상대방을 무조건 응원하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는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인 슈퍼주니어에 대해 중국 누리꾼이 "중국을 떠나라"며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랜 역사에 걸쳐 서로 얽히면서 살아온 한중일 사이에는 여러 현안을 두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나라도 그런데 국민들 간에도 왜 경쟁의식과 민족감정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최근 중국인의 혐한감정은 그 정도가 심하고 허위사실에서 혐한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예컨대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이 자랑하는 시인 이태백이 한국인의 조상이라고 한국인이 주장했다는 식으로 한국을 공격합니다.

중국 언론도 한국에 부정적입니다. 한 중국 언론은 "석가모니, 공자와 노자, 중국혁명의 아버지 쑨원이 모두 한국혈통으로 밝혀졌다"는 한국 교수의 말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모두 날조된 기사였습니다. 한국에서도 누리꾼이 사실을 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 중국 누리꾼만 비판할 일은 아닙니다만 문제는 바짝 마른 짚풀처럼 조그만 불씨만 있어도 중국인이 한국을 비판할 태세가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인의 혐한감정에는 짧은 기간 고도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에 대한 질시가 배어있는 것입니다만 우리가 무심결에 중국인에게 오만하게 굴지 않았는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합니다. 이는 비슷한 갈등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일 누리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국이 남아공월드컵에서 그리스를 격파했을 때 일본 누리꾼이 칭찬해주었듯 우리도 이웃나라의 성공을 축하해줄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