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이 남긴 가장 큰 수확은 이제 우리도 세계 16강 수준의 팀이라는 사실을 국제무대에 유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월드컵 직전까지도 밖에서 우리를 보는 시각은 16강 진출 확률이 나이지리아, 그리스에 비해 조금씩이나마 떨어진다는 쪽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평가를 보란 듯이 깨뜨렸다.
이제 우리 대표팀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잘 조직화돼 있어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팀’이라는 쪽으로 바뀌었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박빙의 승부 끝에 석패한 것은 이러한 평가를 확고히 다진 계기가 됐다. 우루과이전은 우리가 16강에 오를 자격이 충분한 팀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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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월드컵에 출전했던 베테랑들에게도 이번 16강 등정은 빛나는 경력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정신적 지주’ 박지성은 거의 매 경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수준급 플레이를 펼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의 공식 최우수선수였을 뿐 아니라 우리가 패한 우루과이전에서도 대표팀 최고의 선수였다. 노장 이영표(33) 또한 수비진을 통틀어 가장 안정적이고 능숙하게 자불라니를 다루는 솜씨를 보여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매 경기 완벽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 차두리(30)의 분투도 기억할 만하다.
이제 한국 축구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약과 도전에 나서야 한다. 특히 기술적 측면의 향상은 필수적이다. 이번 월드컵은 기술적인 세밀함을 지닌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운명을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팀 간 전력 차가 줄어들고 대부분 팀의 스타일이 노출돼 있는 현대 축구에서 수비적인 경기 운영으로 나오는 상대를 깨뜨릴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역시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도 우리에겐 희망이 보인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전후해 마련된 인프라, 그리고 이와 더불어 성장한 신세대들이 보여주고 있는 기술 축구는 분명 이전 세대의 그것보다 한 단계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4년 뒤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맨땅 축구’는 정말 옛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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