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혈질로 유명한 남미 축구팬들은 자국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때로는 거만하게 느껴질 정도다. 많은 우루과이 팬은 경기에 앞서 “우리는 월드컵 우승국이다. 반면 한국은 16강 진출국 가운데 가장 만만한 팀”이라며 태극전사들을 얕잡아봤다. 심지어 “한국을 5-0으로 이기는 데 많은 돈을 걸었다”며 거드름을 피운 팬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결과는 우리가 좋았지만 경기 내용과 정신력, 투지에선 모두 한국이 앞섰다”며 한국 축구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취재진의 반응도 비슷했다. 경기 전 “한국을 만나 행운”이라고 말하던 우루과이 취재진은 경기가 끝난 뒤엔 “우루과이가 가장 어려운 팀 가운데 하나를 만났던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들은 한국 취재진을 만날 때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경기가 끝난 뒤 내리는 빗줄기보다 더 굵게 보인 태극전사들의 눈물이 여전히 머릿속을 맴돌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고개 숙인 채 힘없이 믹스트존을 통과하던 그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태극전사여, 당신들 덕분에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신진우 스포츠레저부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