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출주력기업은 외국회사 선호… 내수 5곳 “토종 이용”
○ 주요 기업 절반, 아직까지 외국 로펌 이용 안해
국내 50대 기업에 ‘외국 로펌들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면 법률 자문을 국내 토종 로펌에서 외국 로펌으로 바꾸겠느냐’고 물었다. 이 문항에 응답한 49개 기업 중 71.4%인 35곳은 특정 분야에 한해 바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외국 법령과 관련된 사안이거나 한국 로펌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비용이 비싸더라도 외국 로펌에 자문을 구하겠다는 것. 2개 기업은 국내 로펌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시장 개방과 함께 외국 로펌으로 무조건 갈아타겠다고 답했다. 중공업 등 해외 수출 위주 기업들의 반응이었다. 반면 쇼핑 등 내수를 위주로 하는 기업 5곳은 국내 로펌을 계속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50대 주요 기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는 아직까지 외국 로펌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주로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나 건설업체들이 여기에 포함됐다. 반면 전자나 해운, 에너지 관련 기업의 상당수(18%)는 법률자문 대부분을 외국 로펌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 로펌을 활용하는 이유로는 ‘국내 로펌이 할수 없는 분야’라는 응답(46.1%)이 가장 많았고, ‘국제적 네트워크와 정보력’ 때문이라는 답변(30.8%)이 뒤를 이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이나 해외 투자 등 주로 기업자문 분야(44.4%)에서 외국 로펌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외 업체들과의 마찰 등 분쟁을 해결(35.2%)할 때에도 외국 로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반면 금융 분야(1.8%)에는 외국 로펌의 활용도가 매우 낮았다. 이번 설문에 응한 한 기업 법무실 임원은 “금융 기법이 이미 세계적으로 표준화됐기 때문에 해외파 한국인 변호사들도 금융 분야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며 “반면 기업자문의 경우 시장이 개방되면 글로벌 기업들과 일한 경험이 많은 외국 로펌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국내 로펌을 선정할 때 전문성(51.6%)을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로펌 브랜드→사업에 대한 이해→신속한 처리→경영진의 선호도’ 등의 순이었다. ‘시장 개방에 맞선 국내 로펌의 경쟁력을 점수로 매겨달라’는 질문에는 100점 만점에 30∼95점까지 다양하게 나왔는데, 평균 점수는 79.11점으로 비교적 양호했다. 금융 회사들이 점수를 박하게 준 반면 전자, 건설업종의 기업들은 후한 평가를 내렸다.
○ 무한경쟁 속 살아남을 로펌은 김앤장>태평양>광장 순
‘외국 로펌과의 무한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한국 로펌’을 물은 데 대해선 김앤장, 태평양을 비롯해 6대 로펌이 순서대로 나왔고 남산과 KNC 등 중소형 전문 로펌도 이름을 올렸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