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문서 1300점 공개… 北 남침-中 개입 가능성도 오판
6·25전쟁 이후 파죽지세로 남진하는 북한군 기세에 밀려 유엔군과 한국군은 부산 방어선을 최후의 보루로 삼고 항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1950년 8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유엔군의 38선 이북 진격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내놓는다.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결정적 승기를 잡기 전이었지만 CIA는 한국군과 유엔군의 대공세를 예상이나 한 듯 북한 지역의 점령작전에 나설 경우의 득실을 면밀하게 비교한 것. CIA는 16일 미주리 주 인디펜던스 트루먼 도서관에서 열린 6·25전쟁 6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개전 이후 CIA가 전황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망을 담은 정보 메모 형식의 비밀문서 등 1300여 점의 문서를 공개했다.
‘유엔군의 한반도 전역에 대한 군사 점령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제목으로 8월 22일 작성된 석 장짜리 비밀문서는 유엔군이 전세를 역전시켜 38선 이북으로 진격할 경우 소련에 결정적인 외교적 패배를 안겨줄 것이며 유엔과 미국의 국위를 현격하게 높여줄 승리라는 점에서 고려해 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CIA는 이날 북한의 남침과 중공군 개입 가능성을 낮게 평가함으로써 결정적 오판을 했다는 자기반성 보고서도 공개했다. CIA는 9월 8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전쟁 개입을 추정할 직접적인 근거는 없다”고 단언했다. 또 인천상륙작전 성공 이후 북한군의 전황이 불리해졌을 때도 중공군이 대응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점점 중공군 개입을 배제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10월 12일 “중공군의 개입이 1950년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군사적 견지에서 볼 때 중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할 절호의 시기는 지나갔다”고 보고하기에 이르렀다.
인디펜던스=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