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월드컵에서 개최 대륙은 늘 강세를 보였다. 남미와 유럽으로 나뉘어 열렸던 역대 월드컵에서 우승팀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브라질 우승)을 제외하고는 개최 대륙에서 우승팀이 나왔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4강 신화를 달성했고 일본도 처음 16강에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에는 개최국 남아공을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은 6개 아프리카 국가가 출전했다.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과 세계 축구팬들은 1990년 카메룬과 2002년 세네갈의 8강 진출을 뛰어넘는 검은 대륙의 신화를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검은 돌풍은 불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무기력한 모습으로 이러다가 대거 탈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든다.
아프리카 축구의 선도자였던 카메룬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이며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일본에 0-1로 일격을 당했다. 알제리도 슬로베니아에 0-1로 졌고 나이지리아는 2연패로 탈락이 거의 확실시 된다.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의 전적은 1승 2무 5패(승점 5점)로 2승 3패를 기록 중인 아시아(한국 북한 일본 호주)에 미치지 못한다.
아프리카팀의 부진을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남반구인 아프리카 대륙 가장 남쪽에 위치한 남아공의 현재 날씨가 겨울이라 북쪽 지역의 아프리카팀도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 현재 아프리카 4개 팀의 감독이 유럽 출신인데 조직력을 중시하는 유럽 감독이 아프리카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를 살리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남아공 월드컵은 대회 초반 골 가뭄에 자불라니 논란 등으로 흥행몰이가 시원치 않다. 아프리카 팀들마저 살아나지 못한다면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대륙의 열기는 쉽게 식어버릴 수도 있다.
한우신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