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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법 소홀한 국어교육에 자극제 되길”

입력 | 2010-06-17 03:00:00

‘회의를 잘하는 법’ 책 낸
수원과학大전영우 교수




‘회의를 잘하는 법’을 펴낸 전영우 수원과학대 초빙교수. 전 교수는 1962년 ‘화술의 지식’을 번역하고 1964년 ‘스피치 개론’을 펴낸 뒤 평생을 국어 말하기와 듣기 연구에 바쳐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우리나라 회의의 역사는 약 110년에 이릅니다. 하지만 현재 국어교육과정으로는 회의하는 법을 제대로 배울 수 없다는 점이 문제죠.”

회의의 정의와 준비·진행 과정, 유의할 점, 구성원의 역할 등을 정리해 회의하는 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책 ‘회의를 잘하는 법’(민지사)이 최근 출간됐다. 책의 저자인 전영우 수원과학대 초빙교수(76)는 “회의는 토론 토의 설명 설득 연설 등이 모두 함께 이뤄지는 토털 스피치”라며 제대로 된 회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전 교수는 1962년 ‘화술의 지식’을 번역하고 1964년 ‘스피치 개론’을 써서 당시 생소했던 화법 연구를 국내에 도입했다. 1954년 서울중앙방송국 라디오 아나운서로 방송계에 입문한 뒤 동아방송 아나운서실장, KBS 아나운서실장을 지냈으며 수원대 국문학과 교수로도 재직했다. 1991년 ‘한국 근대 토론의 사적 연구’, 2007년 ‘표준 한국어 발음 소사전’ 등을 내면서 쉼 없는 집필과 연구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전 교수는 “30여 년은 실무, 30여 년은 연구라는 두 인생을 살았지만 모두 국어 말하기·듣기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1898년 윤치호가 회의법에 관한 서구의 대표 저작인 헨리 로버트의 ‘룰스 오브 오더’를 번역해 ‘의회통용규칙’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했죠. 그 영향을 받아 당시 계몽운동단체인 협성회 세칙과 독립협회 토론회 규칙이 생겼습니다.”

대한제국 말에 소개된 의회통용규칙과 협성회 세칙, 독립협회 토론회 규칙은 이번 새 책에 부록으로 실었다. 당시 도입됐던 회의법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직후 격변기를 거치며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 교수는 “일찍이 윤치호 서재필 등이 민주주의의 근간인 회의법을 도입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의 국어교육은 회의법은커녕 제대로 된 발음이나 띄워 읽는 법조차 교육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에야 한국에서도 화법이나 회의법, 스피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죠. 한국어를 말하고 듣는 법을 정립하는 데는 앞으로도 수백 년이 필요할 겁니다. 제가 바친 평생의 노력이 그런 관심에 불을 댕기는 역할을 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