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성금 1억 기탁한 故민평기 상사 어머니 인터뷰“우리 영토 침범하는 자응징하는데 이돈 써주세요”청와대에 편지-성금 전달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전사한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를 위로하고 있다. 윤 씨는 자신이 받은 국민성금 가운데 1억 원을 방위성금으로 기탁했다. 사진 제공 청와대
기자가 성금 얘기를 꺼내자 “너무 조금이고 미안혀. 잘난 척하려고 한 것은 아니니까, 여론에 부치지 마(보도하지 마)”라고 말했다. 윤 씨가 ‘자식새끼 하나 지키지 못한 죄 많은 어미’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성금과 함께 남겼다는 메모에는 그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은산면사무소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인 윤 씨 집은 농촌주택치고는 비교적 깔끔한 양옥이었지만 1억 원을 성금으로 선뜻 낼 형편은 아닌 듯했다. 신록을 더해가는 주변 논과 밭, 소를 앞세우고 논두렁을 걷는 농부…. 금공리는 한가롭고 평화로웠지만 윤 씨 가슴에는 또다시 격랑이 일고 있었다. 아들을 잃어 허망한 가슴에 일부 인사와 단체들이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끊임없이 돌팔매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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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또다시 하염없이 아들 생각이 떠오른다. 천안함 출항 전날 아들이 걸어온 전화는 이생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진급하려면 어쩔 수 없이 6개월은 더 배를 타야 해요. 군인은 진급이 생명이잖아요. 어머니 걱정하시지 않도록 다음부터는 절대로 배 타지 않을게요.”
아들은 군생활로 참 바쁜 나날을 지냈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같이 차례를 지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 생에서의 마지막 만남에서도 허둥지둥 떠나보내야 했다. “지난해 여름인가 싶은데, 아들이 업무 차 주변에 왔다가 집에 들렀지. 거실로 막 들어서려다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그대로 가버렸어….”
윤 씨는 아들을 떠나보낸 뒤 하루 종일 뙤약볕이 내리쬐는 논밭에서 자신을 괴롭히듯이 일을 하며 지낸다고 했다. 방안에 있으면 자꾸 아들 생각이 나고 배를 타지 못하도록 말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자식 죽여 놓고 편안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불뚝불뚝 들지. 이렇게 살아서 입 벌리는 것도 미안하지만 그 사람들 말 들으면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분통이 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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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의원이 국회에서 연설할 때 이명박 정부가 쌀을 북한에 지원하지 않아서 천안함 사건이 벌어졌다는 식으로 발언했죠.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해 아들을 물속에 두고 있던 어미로서는 앞에 있다면 당장 멱살을 잡고 싶었어요. 분향소와 영결식장에서 송 의원을 찾았는데 발견하지 못해 북한 옹호 발언을 자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강 대표에게 항의한 것입니다. 항의가 아니라 제발 그러지 말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윤 씨는 얘기 도중 격분해 끼어드는 남편 민병성 씨(71)를 바라보며 “어찌나 많이 슬퍼하고 마음을 달래려 매일 술을 마셔서 그런지 가끔은 기억이나 말이 흐릿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날도 민 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윤 씨 자신이 제때 챙겨먹지 못하자 이웃들이 해다 줬다는 떡을 기자에게 권한 뒤 “자식 잃은 어미들에게 너무 깊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 얘기를 더는 하고 싶지 않다”며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부여=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민평기 상사 모친의 편지 ▼
대통령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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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애도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생각하면 할수록 분통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집니다. 이런 일이 또다시 없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이 돈 1억 원 작지만 무기 구입에 사용하여, 우리 영해 영토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데 사용하여 주십시오.
정치하시는 분들 제발 안보만큼은 하나 되고 한목소리 되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 하지 말고, 당을 위한 안보 말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안보 부탁합니다. 간절히 청합니다.
―자식새끼 하나 지키지 못한 죄 많은 어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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