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필요한건 공 한개 골대 두개, 오로지 ‘넣고 막고’ 그게 전부인데깵…
기다리던 월드컵이 시작됐습니다. 원고를 쓰는 현 시점(10일)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대한민국 첫 경기인 그리스전을 이틀 앞둔 날입니다. 첫 경기에서 한국이 승리하면 거리는 붉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넘쳐날 것입니다. 기말고사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로 바쁜 여러분은 어쩌면 ‘월드컵 슬럼프’를 겪게 될지 모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까지 집계된 전 세계 남녀 축구선수는 약 2억4200만 명입니다. 2005년 FIFA는 206번째와 207번째 축구협회를 거느리게 됐습니다. 이로써 유엔보다 많은 회원국을 가지게 됐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돌이켜 볼까요? 전 경기를 통틀어 400억 명이 월드컵을 TV로 시청했고 그중 16억 명이 같은 시간에 결승전을 시청했습니다. 지구상에 사는 사람 4분의 1이 90분 동안 같은 일(축구를 보는 것)을 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니 우리는 왜 축구에 열광할까요? 독일 출신의 축구 전문 작가이자 교사 출신의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의 책 ‘축구란 무엇인가’를 함께 보면서 그 이유를 찾아보세요.
누구나, 어디서나 공만 있다면!
펠레는 브라질의 촌구석 바우루의 먼지투성이 길거리 위에서 넝마조각과 신문지를 채운 양말을 차면서 진정한 축구 대가가 되었고 모든 시대를 초월하여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명성을 얻었다. (중략) 카메룬의 두알라 시 한가운데에는 도로 가운데 교통안전 지대처럼 삼각형 모양인 작고 울퉁불퉁한 공터가 있고 거기에서 여섯 명 대 여섯 명으로 축구경기를 했다. 월드컵에서 관중을 매료시킨 카메룬 선수 중 최소 다섯 명이 그러한 환경에서 트릭이 풍부한 드리블기술을 익혔던 것이다. 길거리 축구는 알제리계 프랑스 사람인 공의 천재 지단도 만들었다. 마르세유의 마그레브 이민자 게토인 라 카스텔리안에서 그는 시멘트 바닥의 공터에서 공을 차며 이후 명성이 자자해진 속임수 기술들을 연마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모든 것을 이 시절에 배웠다”라고 썼다(41∼43쪽).
축구에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뭘까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축구 규칙은 알기 쉽고 간단합니다. “축구 자체는 그야말로 원시적이다. 골을 막고 골을 넣고, 그게 전부니까.” 축구계의 지식인으로 유명한 독일 크라머 감독의 말입니다.
요즘같이 합성섬유로 만든 공은 불과 24년 전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폴리우레탄과 네오프렌 같은 소재로 만든 이 공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튀었기 때문에 골키퍼들이 싫어했다고 합니다. 가죽 공들은 허공에 오래 머물러 있었지만 현대적인 공들은 엄청난 속도로 날고 직선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이 퍼덕이기까지 했기 때문이죠.
우리는 모든 면에 있어 닫힌 구가 지닌 완벽한 기하학적 질서에 매혹된다. 위와 아래가 없고 앞면과 뒷면이 없으며 시작과 끝이 없는 그 물건은 공간이 지닌 3차원성에 대한 감각적 상징이다. 그뿐 아니라 구는 자기 안에서 쉬고 있는 긴장 때문에 우리를 매혹시킨다. 구는 무게중심이 한가운데 있기에 언제나 움직이기 직전 상태이다. 아주 작은 충격으로도 구르기 시작하여 독자적 생을 전개한다. 그 자체로는 안정적이면서 동시에 불안정한 구는 결코 한자리에 머물고자 하지 않으며 하나의 운동방향이나 위치를 선호하지 않기에 유동성이라는 기적을 이룬다(50, 51쪽).
■ 책 읽고 생각하기 ■
① 사람들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를 본문을 통해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봅시다.
② ‘내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1000자 이내의 에세이를 써봅시다.
아래 e메일로 위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보내준 독자 중 다섯 분을 선정해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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