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째 월드컵 공인구 ‘자불라니’, 하이테크의 결정체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인 ‘자불라니’는 첨단 과학의 결정체다. 하지만 날아가는 공의 궤적이 변화무쌍해 선수들 사이에선 ‘디재스터(재앙)’로 불린다.
○ 천연 가죽에서 첨단 신소재 신택틱 폼(Syntactic foam)까지
천연 가죽으로 만들어진 1970년 멕시코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는 당시의 일반 축구공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육각형의 흰색 패널(panel·조각) 20개 사이에 자리 잡은 오각형의 검은색 패널 12개 때문에 일명 ‘점박이 축구공’의 시초로 불린 게 바로 텔스타다. 1974년 서독 월드컵에서는 텔스타와 모든 패널들이 흰색으로 이뤄진 ‘칠레’ 2개의 공인구가 사용됐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는 ‘탱고’가 공인구로 쓰였으나 디자인이 달라진 것 말고는 이전의 공인구와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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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미국 월드컵 공인구 ‘퀘스트라’를 거쳐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처음으로 3가지 색상을 입힌 공인구 ‘트리콜로’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트리콜로는 월드컵 개최국 프랑스 국기에 담긴 3가지 컬러인 파랑 빨강 흰색으로 디자인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는 트리콜로에 쓰인 첨단 신소재 신택틱 폼의 기능을 더욱 개선해 공의 반발력을 높였고 2006년 독일 월드컵 공인구 ‘팀 가이스트’는 패널 수를 종전의 32개에서 14개로 줄여 공을 더욱 매끈하게 만들었다.
○ 첨단 과학의 결정체 자불라니
앞선 10개의 공인구 제작을 통해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11번째 공인구 자불라니는 첨단 과학의 결정체라는 것이 제조사 아디다스 측의 설명이다. 자불라니는 구형으로 제작된 3D 패널 8개를 고열 접합 방식으로 이어 붙여 만든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전까지는 여러 개의 평면 패널을 붙여 둥글게 만들었지만 자불라니는 패널 단계에서부터 구형으로 만들어 패널 수를 줄였다. 32개의 패널이 쓰였던 1970년 멕시코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에 비해 패널 수가 4분의 1로 줄었다. 패널 수가 적을수록 이음매 부분이 줄어 완벽한 구형에 가까워진다. 현재 기술로 패널 수를 8개 미만으로 줄이기는 힘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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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폴리우레탄 등으로 처리된 표피는 100% 방수가 돼 비에 젖은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해도 물에 젖지 않는다. 자불라니를 물에 완전히 잠기게 한 채 250차례 회전시킨 뒤 무게를 측정해도 전혀 변하지 않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