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사진을 볼땐, ‘컵’ 크기를 확인하세요
사진을 쓱 보며 “녹내장 의심소견이 있네요”라고 하자 놀라면서 “아, 정말 있나요? 사진에 나오나 보죠?”라고 말했다.
안과의사에게 눈 속 사진 하나로 녹내장을 진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청진기로 심장이나 폐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배를 눌러보고 어느 부위에 염증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만큼 쉽다. 실은 망막 사진만 보면 백내장, 녹내장, 당뇨병, 고혈압, 고도근시 등 망막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질환들을 찾아낼 수 있다.
“녹내장이 있을 때 왜 컵이 커지는 겁니까?”
“녹내장은 눈의 압력(안압)이 높아지는 병입니다. 평상시 눈 속에서 생긴 물이 눈 바깥으로 빠져나가서 안압을 일정하게 맞춥니다. 물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면 안압이 높아집니다. 그러면 부드러운 시신경이 눌려 중심 부분이 움푹 파이게 됩니다. 컵이 클수록 안압으로 시신경이 많이 손상되었다는 뜻이지요.”
“안압은 정상이라고 하던데요?”
“원래는 안압이 높아야 녹내장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 40대 이상 여성에게서 안압이 높지 않은데도 녹내장처럼 시신경이 손상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됐습니다.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하는데, 일본과 한국에 많아요.”
“안저 사진에서 녹내장이라는 증거가 또 있나요?”
“시신경 주위에 작은 출혈이 있는 경우(삼각형), 두 눈의 컵 크기가 다른 경우, 시신경유두 주위에 부채꼴 모양의 그림자가 있는 경우(화살표)입니다. 모두 시신경 손상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녹내장 고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사진 하나로 녹내장을 찾아내는 비법은 바로 큰 컵을 찾는 데에 있다. 이제 여러분도 녹내장을 진단할 수 있다.
이성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