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와는 달리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지낸 피터 후버는 “인간은 에너지를 많이 쓸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 에너지원이 한계를 맞더라도 인류는 다른 에너지원을 반드시 창출할 것이라는 견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설립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셰이크 야마니도 이런 낙관론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했기 때문에 종말을 고했던 게 아니다. 언젠가 석유시대도 막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석유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만 원유 유출사고를 계기로 앞으로 심해(深海) 석유생산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허버트의 ‘피크 오일(Peak Oil) 이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지금이야말로 석유 공급이 정점에 이르렀다는 ‘석유 종말론’이다. 그동안 석유회사들은 땅 위에서의 대규모 유전개발이 벽에 부닥치자 첨단기술을 동원해 심해유전을 찾아내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번에 사고를 낸 영국의 석유회사 BP도 심해를 탐사하다가 시추공을 잘못 건드렸다. 극지나 해저의 유전탐사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