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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태극전사들의 징크스

입력 | 2010-06-07 11:20:51


어떤 종목을 막론하고 골키퍼가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다리 사이로 골을 먹는 것, 소위 '알 깠다'고 하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골키퍼 중에는 경기 당일 아침 계란이나 계란 관련 요리를 먹지 않는 징크스를 가진 선수가 많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 중인 한국축구대표팀의 '골키퍼 3인방' 이운재(37·수원), 김영광(27·울산), 정성룡(25·성남)은 어떨까. 이들은 이런 징크스가 없다. 아침마다 제공되는 계란 요리를 마다하지 않고 잘 먹는다.

23명의 태극전사들 중 경기 당일 아침에 가장 바쁜 선수는 '터미네이터' 차두리(30·프라이부르크)다. 스님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그는 걸리적거리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그래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머리에 크림을 바른 뒤 면도칼로 깨끗하게 다시 한번 반들반들하게 정리한다.


차두리 못지않은 '깔끔파'는 안정환(34·다롄). 화장품 모델로도 나온 바 있는 '꽃미남' 안정환은 경기 당일 깨끗하게 면도를 하고 스킨로션 등 화장품을 바른 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결전 의지를 다진다.

그에게 이런 징크스가 생긴 것은 2002년 5월 16일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 때였다. 평소 덥수룩하게 수염을 길렀던 그는 경기 당일 아침 면도를 하고 단장을 했다. 이날 그는 2골을 터뜨려 4대1의 대승을 이끌었다. 이후 그는 늘 단정하게 하고 경기에 출장했고 수염에 가려져 있던 환한 얼굴이 드러나며 '꽃미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초롱이' 이영표(33·알 힐랄)는 십일조를 꼬박꼬박 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이런 그도 기도 외에 버릇이라 할 만한 징크스가 있다. 이영표는 경기가 있는 날에는 축구화 끈을 절대로 두 번 이상 손보지 않는다. 또 경기장에 들어서면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경기장 구석구석을 차분하게 둘러보는 습관이 있다.

'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경기 당일 아침 기분을 중시한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후배 룸메이트인 김보경(21·오이타 트리니타)을 향해 미소 띤 얼굴로 "잘 잤냐"고 반갑게 먼저 인사를 하곤 한다.

김보경은 경기 당일 조깅을 하는 징크스가 있다. 그래서 팀 주장과 같은 방을 쓰게 된 그는 선배가 잠에서 깰까 조심하며 일찌감치 침대에서 일어나 조깅을 한 뒤 방으로 돌아온다.

'젊은 피'의 선두주자인 이승렬(21·FC 서울). 그는 축구화에 이름의 가운데 자인 '승(昇)'자를 새겨 넣었다. 이긴다는 의미의 한자어 '승(勝)'은 아니지만 발음상 승리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또한 이승렬은 경기 전 그라운드에 '승'이라는 글자를 써보는 징크스 성 버릇이 있다.

'골잡이' 박주영(25·AS 모나코)은 쉼 없이 올리는 기도가 승리의 비결. 이청용(22·볼턴)과 기성용(21·셀틱), '쌍용'은 "징크스가 없다"고 밝혔다.

4일 앞으로 다가온 남아공 월드컵. 태극전사들은 나름대로의 승리 비법을 간직한 채 마무리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