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해주는데 언어 걱정하는 기자나
스타들 보면 가슴 설레는 김보경이나
월드컵은 선수 뿐 아니라 기자들에게도 ‘꿈의 무대’입니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 취재는 대단한 영광이자 큰 부담이죠.
일단 남아공의 첫 느낌은 ‘정말 멀다’는 겁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홍콩을 경유해 이곳 루스텐버그까지 오는 데 무려 25시간이나 걸렸습니다. 해외 취재 때마다 가장 귀찮은 일 중 하나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겁니다.
또 하나 걱정은 ‘언어’였습니다. 보통 축구는 경기 전날과 경기 직후 양 팀 공식 기자회견을 합니다. 2007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4개국이 공동개최한 아시안 컵 때 상대국 감독들의 말을 듣고 해석해내느라 진땀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스 레하겔 감독이 도발적인 언사를 내뱉었는데 자칫 못 알아듣기라도 하면 어쩌지?’선배에게 넌지시 묻자 월드컵 2회 취재 경력에 빛나는 선배가 기가 차다는 듯 답하네요.
“영어는 물론이고 상대국 언어로 곧바로 동시통역 다 해주거든.”
얼굴이 붉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됩니다. 비단, 기자만 그럴까요.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대표팀 막내 김보경(21)에게 물었습니다. “공항에서부터 철저히 경호해주는 경찰들, 100명이 넘는 취재진과 교민들을 보니 두려움이 반 설렘이 반이다”고 하네요.
누구나 첫 발걸음이 있기에 차츰 경험이 쌓이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부지런히 뛰어 다니며 독자들에게 생생한 소식을 전하고, 김보경은 패기 있는 몸놀림으로 16강 진출에 한 몫을 해야겠죠.
그렇게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제가 후배에게 월드컵 취재를 설명해주고 김보경이 세계적 스타들을 만나도 별 감흥 없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루스텐버그(남아공)|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