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하여/자크 아탈리 지음·양영란 옮김/252쪽·1만4000원·위즈덤하우스불확실성 시대의 생존 7원칙을 주목하라
‘위기 그리고 그 이후’를 통해 금융위기를 진단했던 이탈리아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이번 신작에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에 대해 번득이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9년 ‘위기 그리고 그 이후’를 통해 현 금융위기를 진단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 세계경제의 전망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에 대해 논하고 있다. 따라서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고 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현시점에서 더욱 관심이 가는 내용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낙관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그리스 재정위기를 계기로 다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탈리는 이 책에서 좀 더 깊은 질문과 대응방안을 제시한다. 세계경제를 금융위기의 관점만이 아니라 인구 팽창, 기술진보, 에너지 및 생태계 위기, 정치·군사적 위기 등으로까지 넓혀서 조망하고 있다. 위기대응 방식도 임시방편적 조치가 아니라 더욱 근본적인 사고나 태도의 차원에서 논의한다. 따라서 이 책은 미래학과 경제학, 그리고 삶의 지혜를 다루는 철학과 심지어 경영학이 결합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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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변화를 받아들이고 주도한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 개인과 기업이 정체성까지 바꿀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이 한 가지 사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사업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지금까지 지켜오던 원칙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탈리의 처방 가운데는 현실적으로 황당해 보이는 것들도 있다. 한 예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물속에 사는 방식을 고안하거나 삶의 터전으로 삼을 만한 다른 별을 찾아 우주로 떠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현실감이 매우 떨어지는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아탈리가 주장하는 것은 황당해 보이는 대안들까지 생각할 정도로 생각이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안들은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 맥락을 벗어나서 읽어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하지만 위험이 적고 우호적인 환경에서보다는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거친 환경에서 생존기술이 더욱 중요해지는 법이다. 따라서 인구증가, 자원고갈, 온난화 등 인류를 위협하는 요인들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높아진 데다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경제가 온통 지뢰밭이 돼 버린 요즘은 이런 교훈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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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가적 차원에서의 감정이입, 즉 다른 나라를 이해하는 능력을 강조하면서 일본 이란 영국 미국 등이 다른 나라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의 일원으로 올해 의장국까지 맡은 한국은 개발도상국 가운데 선진국에 가장 근접하게
박현수
사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은 단순하고 어쩌면 지금까지 숱하게 들었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지적한 대로 이 원칙들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는 자세로 읽어볼 만한 책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