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이 목표다.”
일본 대표팀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입에 달고 다닌 말이다. 한국이 16강을 목표로 한 것에 비하면 대단히 높은 목표다. 오카다 감독은 24일 한일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존심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5일 한일전이 열린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는 오카다 감독의 발언을 뒷받침하듯 ‘4강 갈 수 있다’ ‘남아공 월드컵 성공 확신’ 등의 대형 걸개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 2-0으로 이기자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6만3000여 명의 팬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경기 뒤 출정식이 예정돼 있었지만 2만여 명의 팬만 자리를 지켰다. 일본 선수들은 경기 뒤 그라운드에 허탈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선수들도 보였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국과 일본 취재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축하박수를 보냈다. 허 감독도 고개를 숙이며 화답했다. 잠시 뒤 오카다 감독이 들어오자 기자회견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굳은 표정의 오카다 감독은 “한 해에 한국에 두 번이나 져서 미안하다. 책임 문제가 거론될 것 같은데 일본축구협회 회장에게 물어보니 회장이 ‘월드컵까지 해라’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며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오카다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 취재진은 한 명도 없었다. 4강을 확신하던 오카다 감독은 물론이고 팬과 취재진 모두가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떠올린 순간이었다.
사이타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