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서 또 증명된 선제골의 중요성
축구에서 선제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숙명의 라이벌’ 한일전에서도 마찬가지다. 박지성의 벼락같은 오른발 결승골과 박주영의 추가골로 2-0 승리를 거둔 24일 경기를 포함해 한일 양국은 지금까지 72차례 맞붙어 한국이 40승20무12패로 우세하다. 일본 축구가 급성장한 1990년 이후에도 24차례 만나 10승9무5패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선제골을 넣은 11경기에서는 7승4무로 한 번도 패를 허용하지 않았다. 득점 없이 비긴 3경기를 제외하고 선제골을 내준 10경기 전적은 3승2무5패. 이 정도면 한일전 승리는 선제골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제골로 낚은 강호들
평가전 상대를 수준급 팀으로 좁혀보면 선제골의 중요성은 더욱 도드라진다.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올라 있는 호주와 코트디부아르와 경기가 좋은 예다. 한국은 2009년 9월 ‘탈 아시아 급’ 호주를 상대로 홈에서 완벽한 3-1 승리를 거뒀다. 적장인 핌 베어벡 감독도 “비어있는 공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의 조직력이 뛰어났다”고 인정했다. 특히 전반 4분 만에 터진 박주영의 선제골이 결정적인 승인이었다. 베어벡은 “이른 시간 실점한 게 힘든 경기의 원인이 됐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지금까지 맞붙은 상대 중 가장 강호인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도 한국은 전반 4분 이동국의 선제 발리슛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디디에 드록바 등 세계적인 스타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종료 직전 곽태휘의 헤딩 골까지 터지며 2-0으로 깔끔한 승리를 거뒀다.
반면 상대가 비교적 약체라 해도 선제골을 내준 경기는 늘 어려웠다. 올 초 가상의 나이지리아로 점찍은 잠비아에 전반 7분과 15분, 연달아 두 골을 내줬고 졸전 끝에 2-4로 무릎을 꿇었다. 2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연맹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전반 5분 만에 허용한 선제골이 빌미가 돼 0-3으로 완패했다.
○선제골은 16강행 열쇠
대표팀 관계자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그리스에 비해 한국이 개인기량이나 전술 이해도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이른 시간 선제골이 터지면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용할 수 있다. 반대로 세트피스 등으로 먼저 골을 내주고 상대가 잠그기 시작하면 90분 내내 헛심만 쓰다가 고개를 숙일 가능성도 높다”고 조언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