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설 등 거짓이 득세한 인터넷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진실’은 과학적 근거가 나오지 않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합리적 이치가 통하지 않는 곳이 한국 사회다. 얼마 전까지 사이버공간이나 회식 자리에선 천안함이 암초에 충돌해 침몰했다는 ‘좌초설’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졌다. 인터넷을 점령한 반대세력들은 적당한 근거들을 꿰맞춰 좌초설을 확산시켰다. 이런 자리에서 ‘그래도 북한 소행이 아니겠느냐’고 눈치 없이 반론을 폈다가는 왕따 당하기 십상이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때도 이들의 ‘소설 쓰기’는 위력적이었다. 인터넷에 아직도 화석처럼 남아 있는 ‘에이즈보다 무서운 광우병 감염경로’라는 선전물은 ‘한국인의 감염률은 95%’라며 ‘1세부터 100세까지 나이 제한 없이 감염되며 모두 사망한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요즘 다시 보면 터무니없는 거짓 선동이지만 2년 전 사람들은 전율했다. 그러고는 ‘아들딸아 정말 미안하다. 이런 세상에 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못난 아버지가’ ‘이 글이 많이 알려져서 사람들이 광우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런 선동이 먹혀드는 이유는 이슈 자체가 다소 생경한 과학적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부각됐던 방폐장 문제, 미국산 쇠고기 파동, 신종인플루엔자, 4대강, 천안함 침몰 등은 모두 과학기술과 관련돼 있는 이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대중은 어느 말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다. 일부 세력이 작심하고 그럴듯한 ‘소설’을 써서 퍼뜨리면 사회를 쉽게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우리는 과학기술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등장할 사회적 이슈에서도 대중은 과학과 ‘소설’을 구별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다. 더구나 한국인의 과학적 지식기반과 마인드는 뛰어난 편이 아니다. 국내 과학교육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은 지 오래다. 초중고교의 과학수업은 실생활과 괴리돼 있어 학생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이공계 대학마저도 고교 때 과학을 배우지 않고 진학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국민이 잘 속으니 ‘소설’이 진짜 행세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