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합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지역과 결합된 특화산업 육성을
2003년 출범한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 역차별 해소 등 전략 재점검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인프라 건설 등 1단계 사업을 마친 인천경제자유구역 전경.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 각국의 ‘경제특구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제특구는 경제자유구역처럼 차별화된 세제와 규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조성된 특별 지역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경제특구는 1975년 25개국 79곳에서 2008년 119개국 2301곳으로 증가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이 중 4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2000년대 초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등 3곳에 경제자유구역(FEZ)을 지정했다. 현재까지의 성적표는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이 세계 20개 주요 경제자유구역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인천은 7위로 선두 도약 가능권에 턱걸이했으나 부산·진해, 광양만은 각각 12위와 17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는 최상위권인 싱가포르(1위), 홍콩(2위)뿐 아니라 중국의 상하이 푸둥(3위)이나 톈진(5위), 선전(6위)보다 뒤처지는 결과다.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경제자유구역 육성 목적과 방법에 대한 국가적 합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관련 법규가 ‘외자 유치’만 강조하면서 국내 기업을 역차별해 오히려 외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 현지 기업이 없는 텅 빈 특구에 투자할 외국 기업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각 특구가 역량과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동북아 거점’, ‘글로벌 거점’을 지향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중국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국가급 경제특구가 4곳에 불과한 점을 보더라도 이런 전략은 현실성이 없고 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떨어뜨린다.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이 성공하려면 보유 역량 및 성장 잠재력을 철저하게 재평가하고 성장 목표 및 육성 모델부터 다시 정의해야 한다. 예컨대 인천과 같이 선두 도약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글로벌 거점으로,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은 지역은 지역 개발 차원에서 특화된 산업이나 역할을 부여하는 식의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최하위권인 정책·운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자유구역청의 조직 구조와 업무 프로세스도 고객 지향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의 특성과 업종, 투자 및 고용 규모에 따라 유연하게 맞춤형 투자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인력과 민간 기업 출신의 전문가 채용을 확대하고, 투자 승인 관련 업무의 집중과 간소화도 추진해야 한다.
박영훈 모니터그룹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