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무전기 등 구입 치밀
현직 고교 교사가 고향 후배인 건설업체 사장을 도와 강도질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사채를 빌려 부동산을 매입한 뒤 자금난에 빠져 빚을 갚지 못하자 땅 매도인을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 등)로 J건설 대표 배모 씨(31)와 배 씨의 고향 선배 이모 씨(32·서울 모 고교 체육교사), 배 씨의 고향 친구 전모 씨(31·무직)를 구속했다. 범행을 사전에 모의한 송모 씨(31)는 불구속 입건했다. 송 씨도 배 씨의 고향 친구다.
경찰에 따르면 배 씨 등은 지난달 2일 오전 10시 20분경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김모 씨(71·여) 오피스텔에 복면을 하고 들어가 김 씨와 남편(65)을 마구 때리고 흉기로 위협해 현금 1600여만 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배 씨는 올 1월 김 씨 소유인 시가 70억 원 상당의 부동산 매입계약을 체결한 뒤 사채 30억 원을 빌려 계약금을 냈다.
그러나 자금난으로 사채업자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자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빼앗기로 하고 고향 선배인 이 씨 등과 함께 범행에 나섰다. 이들은 범행 50여 일 전부터 대포차와 대포폰, 무전기, 복면, 마스크 등을 구입하는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또 범행 현장에서 김 씨 자녀와 손자의 사진, 이름, 연락처 등이 담긴 수첩을 빼앗아 “돈을 보내지 않거나 신고하면 가족들을 죽이겠다”며 협박했다. 김 씨 가족은 이들의 협박 때문에 거주지를 떠나 다른 곳에 은신해야 했다.
고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