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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유로화 왜 위기 맞았나요?

입력 | 2010-05-11 03:00:00

저금리 달콤함, 금융위기 맞으면서 독약으로
‘환율 신호등’ 고장… 체력 약한 회원국 적자 쌓여




[?] 남유럽 재정위기로 유로화가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유로화는 어떻게 탄생했고 왜 위기를 맞았나요?

유로화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1년 전인 1999년입니다. 유로화는 처음에는 금융거래에만 쓰이는 ‘가상화폐’로 시작해 2002년부터 상점에서 지폐와 동전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처음 유로화가 등장했을 때는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11개국만 유로화를 사용했지만 이후 회원국이 늘어나 현재는 16개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로화의 탄생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유럽 내에 공동시장을 출범시켜 회원국들의 경제를 부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유로화가 탄생했을 때 유럽인들은 1957년 유럽연합(EU)이 발족했을 때부터 꿈꿔왔던 하나의 유럽공동체의 완성이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열광했던 이유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단일통화를 사용해 회원국 간 교역 시 출렁이는 환율로 인한 손실을 막아 안정적으로 경제정책을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유로화 도입 초기에는 이런 목표들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듯 보였습니다. 2005년에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달러보다 많이 사용되는 화폐로 등극했고 2006년에는 유로화 총발행가치가 달러화 가치를 넘어섰습니다. 유로화는 출범 10년 만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 중 28%를 차지해 미국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유로화가 초기에 큰 성공을 거뒀던 것은 강대국 중심의 통화정책 덕분입니다. 16개 회원국이 같은 통화를 사용한다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이 화폐공급을 통해 펴는 통화정책의 주권은 유럽중앙은행에 맡긴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유럽중앙은행의 주도권은 회원국 중에서도 경제력이 강한 독일 등 일부 국가가 쥐게 됩니다. 이런 강대국 중심의 통화정책은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 등 규모가 작은 국가들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경제규모가 작은 이들 국가는 유럽중앙은행의 낮은 정책금리 덕분에 싼값에 돈을 빌려 높은 경제성장을 누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덕분에 유로화는 “사상 유례 없는 저물가 저금리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금리의 달콤함은 2008년을 기점으로 치명적인 독약으로 바뀌었습니다. 거칠 것 없이 가치가 오르던 유로화는 지난 5개월간 미국 달러화에 대해 10% 이상 가치가 떨어져버렸습니다. 각 나라의 체력에 맞지 않게 계속된 저금리가 이들 국가의 면역력을 낮춰 글로벌 금융위기란 바이러스에 큰 피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경제력에서 큰 차이가 나는 회원국들이 같은 유로화를 쓰다 보니 환율이 더는 경제 위기를 경고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탓입니다. 예를 들어 한 나라에서 경기과열이 생겨나면 물가가 오르고 수출보다 수입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이 나라의 경제 전망을 나쁘게 보는 외국인들이 늘어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면 환율은 상승하게 됩니다. 이렇게 환율은 경제 이상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등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유로화 탄생 이후 이런 신호등이 사라져버리면서 물가수준이 높고 경제력은 약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은 계속해서 쌓이는 경상수지 적자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에 더해 높은 경제성장률에 비해 낮은 금리가 계속되면 싼값에 돈을 빌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져 자산시장에 엄청난 거품까지 생겨났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 EU는 처음부터 유로화를 쓰는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적자를 기록하는 것을 막아왔습니다.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용해 물가 상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금융위기가 닥쳐 각국 정부의 씀씀이가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회원국이 이 규정을 어기는 상황이 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번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의 경우 지난해 재정적자가 GDP의 13.6%까지 치솟았습니다.

문제는 유로화의 위기가 단시일 내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EU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재정위기가 더 크게 번지는 것을 막고 유로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대 7500억 유로 규모의 지원을 하기로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유로화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