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무덤’ 대구 부동산시장 가보니수요 예측 못하고 중대형 공급‘미분양 해소책’ 효과 적을듯보금자리 들어오면 더 막막
“전세분양 잡으세요” 완공 전부터 전세분양에 나선 대구지역의 한 아파트. 대구 건설업계는 2008년 말부터 본격화한 전세분양의 계약 만료일이 올해 말부터 돌아오기 시작하면 건설사들이 또 한 차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오후 9시 반, 한 주상복합 아파트. ‘대구의 타워팰리스’로 불리는 이 아파트는 1400여 채, 50층 규모로 대구 중심에 들어서 옥상 네온사인과 함께 대구의 밤을 화려하게 밝혀줄 스카이라인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대부분 가구의 불이 꺼져 있었고 드나드는 승용차도 보기 힘들었다. 대구시가 밝힌 이 아파트의 입주율은 30% 수준. 현지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요즘 대구에서는 빈집에 불 켜기 운동까지 벌여야 할 정도”라며 “대구지역 신규 분양 아파트의 실제 입주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 인구 줄어드는데 중대형만 쏟아져
대구지역 분양 대행사인 장백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대구에서 분양 중인 단지 중 33%가 할인분양, 32%는 전세분양이며 기존 분양가대로 분양 중인 주택은 35%에 지나지 않는다.
대구시가 자체 집계한 3월 말 대구 미분양 주택 수는 1만6594채. 2008년 말부터 본격화한 할인분양 등에 힘입어 미분양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1월 말(2만2161채)에 비해 5567채 감소했으나 지난해 11월(1만6843채) 이후 5개월째 정체상태에 빠져 있다.
이처럼 대구가 ‘건설사들의 무덤’이 된 이유는 건설사들이 수요를 예측하지 않고 마진이 높은 중대형 아파트 건설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현지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좋았던 2005∼2006년에는 지어 놓기만 하면 100% 분양되는 분위기였다”며 “이때 시행사들이 앞 다퉈 중대형 아파트를 쏟아낸 게 지금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대구시 김종도 건축주택과장도 “현재 안 팔리고 있는 주택은 대부분 85m² 초과 중대형이고 85m² 이하 중소형은 잔여물량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집계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60m² 이하 미분양 주택은 96채, 60m² 초과 85m² 이하는 5153채인 데 비해 85m² 이상은 1만753채였다.
○ 미분양에 물린 건설사 자금 3조 원
“할인분양 중단하라” ‘할인분양에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 울타리에 걸린 플래카드. 최근 대구지역은 제값 내고 아파트를 분양 받은 주민과 분양가를 15∼20% 할인받아 입주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대구=나성엽 기자
김 과장은 “현재 대구의 미분양은 중대형이 대부분이어서 실수요자를 위한 중소형 중심의 정부 대책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대구지역 건설사들이 2008년 말 앞 다퉈 도입한 전세분양의 계약만료 기간이 올해 말 도래해 입주자들이 전세금 환급을 요구할 경우 또 한 차례 분양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구=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