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한 장면. 스포츠동아DB
■ 중년배우들 왜 뜨는가
“고독이 뭔지, 인생의 쓴맛이 뭔지 아나. 우리 나이의 배우들이 아니면 안 되는 영화도 있다.”
중년배우 양택조가 2004년 한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당시 그가 주연한 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개봉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20, 30대 젊은 스타급 배우들이 충무로를 장악한 시대,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그 신선한 기획에 값하지 못한 채 흥행의 쓴맛을 봐야 했다. 하지만 이들 50, 60대 배우들의 출현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경향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이미 2000년대 초반 ‘지구를 지켜라’의 백윤식, ‘가족’의 주현 등이 저력을 과시했고 김수미와 윤여정 등 여배우들 역시 스크린의 전면에 나서면서 이들 ‘고참’들에게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뒤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2005년 김수미, 김을동, 여운계, 김형자 등이 주연해 전국 3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마파도’로 이어졌다. ‘마파도’는 지난해 속편까지 선보였다. 이후 이들 중년들은 각종 영화의 주조연으로 스크린을 장식하며 젊은 관객들과 익숙한 만남을 가져왔다.
2000년대 한국 영화의 중흥은 이들을 다시 스크린 안으로 불러들였다. 여기에는 당시 몇몇 드라마에서 보여준 중년들의 활약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또 많아진 관객은 더 다양한 영화를 원했다.
충무로는 이에 답하며 그 한 갈래로 이들 중년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영화를 생산해냈다. 충무로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의 흥행은 투자 자본의 터전을 마련해줬고 영화 제작진은 더 다양하고 신선한 기획의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고독이 몸부림칠 때’와 ‘마파도’ 등이 바로 그 중심에 섰던 작품들인 셈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연륜이 깊은 이들 배우들이 ‘망가질 땐 처절하게 망가져주고’, 아픔과 고통을 삶의 경험으로 울고 웃으며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때 그 공감의 폭과 깊이는 더욱 넓고 깊어진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