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고향세 신설’ 추진
하지만 해당 지역의 기반시설 조성이나 주민 복지 등에 쓰이는 주민세를 다른 지역에 쪼개 내는 것은 조세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수도권 타향살이 인구 800만 명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2009년 기준 16개 시도의 재정자립도(예산 대비 실제 수입 비율)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이 평균 80.7%인 데 비해 비수도권은 평균 40.1%에 그쳤다.
가장 풍족한 서울의 자립도는 92%로 지방채를 따로 발행하지 않아도 살림살이를 꾸리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반면 전남의 재정자립도는 19.4%에 불과하며 경북 전북 제주 강원 등지의 자립도도 30%에 못 미친다. 지방의 한 재정담당 공무원은 “일반 경비를 쓰고 나면 서민생활 지원이나 일자리 창출 같은 정책에 쓸 돈은 거의 남지 않는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정 형편이 열악한 지자체는 높은 금리를 주고 지방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방 정부 순채무액이 2008년 11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13조5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나라당의 고향세 도입 방안은 모든 주민이 일정한 소액을 내는 ‘균등 주민세’를 기준으로 고향세를 내는 일본과 달리 상대적으로 금액이 큰 소득 기준 주민세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지방 재정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다.
고향세 납부 한도는 소득 기준 주민세의 30%로 일본(주민세의 10%)의 3배. 2008년 기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소득 기준 주민세는 약 3조 원에 이른다. 통계청의 ‘타 지역 출생인구비율’로 추정한 수도권의 타향살이 인구는 800만 명으로 이 중 근로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고향세를 송금하면 상당한 금액이 납부 주민의 고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분석이다.
○ 고향세 유치경쟁 부작용 우려도
일본에선 2008년 4월 고향세 도입 후 1년 동안 오사카(大阪) 부가 1억5702만 엔(약 19억 원)으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았다. 이어 가고시마(鹿兒島) 현(6212만 엔), 후쿠이(福井) 현(2267만 엔)의 순이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 간 과열경쟁이 문제가 되곤 했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지사는 오사카 전체를 거대한 박물관처럼 꾸미는 ‘오사카 박물관’ 구상을 발표하며 타향의 오사카 출신들에게 고향세 납부를 호소했다. 에히메(愛媛) 현의 우와지마(宇和島) 시는 기부금 액수에 따라 진주목걸이나 귤을 선물하는 등 물량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이 도입하려는 고향세의 1인당 납부액이 일본보다 많은 만큼 한국의 지자체 간 경쟁이 훨씬 치열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주민세를 처음 내는 단계부터 일부를 떼어 고향으로 바로 보내거나 주민세의 30% 한도로 기부한 뒤 다음 연도에 주민세에서 세액 공제하는 방식을 택하면 수도권 지자체의 수입이 즉각 감소해 지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