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180m 함체 18개 ‘세계 최대’外海 48m 밑에서 연결 ‘세계 최초’접합 기술 등 특허출원 ‘세계 최고’지상서 함체 만들어 바다밑서 이어붙여철근, 1만7460채 신도시 건설량 맞먹어사장교는 3주탑-2주탑 동시시공 ‘국내 최초’
그런데 가덕도와 중죽도 사이 3.7km는 텅 빈 바다다. 부산∼거제도 연결도로(거가대교·8.2km)라는데 부산 가덕도는 빼고 거제도와 작은 섬 두 개만 연결하기 위해 공사비 1조7000억 원을 들여 6년째 다리를 놓고 있는 것일까.
때마침 중죽도와 가덕도 사이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지나가자 윤익수 대우건설 거가대교시공사업단 팀장은 “가덕도와 중죽도를 잇는 도로는 지금 지나가는 배 아래에 숨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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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해발 158m 거가대교 2주탑 사장교 주탑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거가대교 건설 현장. 발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작업대에서 기자가 후들후들 다리를 떨며 사진을 찍는 동안 대우건설 관계자들은 태연하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침매터널은 육지로 둘러싸여 물결이 잔잔하고 10∼20m로 수심이 낮은 내해(內海)에 주로 시공한다. 최근까지 미국 일본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에 140여 개가 들어섰다. 하지만 거가대교 침매터널처럼 물결이 거센 외해(外海)의 수심 최저 48m 아래에 시공하는 것은 거가대교가 세계 최초다. 공사 현장이 해군 작전지역인 데다 대형 화물선의 통행이 잦아 다리를 놓을 수 없었던 것. 또 해저터널을 뚫기에는 지반이 너무 약했다.
대우건설 공사팀은 건설 초기 침매터널 공사 기술을 보유한 해외 건설사로부터 냉소 어린 충고를 들어야 했다. 양보현 거가대교시공사업단 단장이 2000년대 초반 착공에 앞서 거가대교와 구조가 비슷한 덴마크 코펜하겐∼스웨덴 말뫼 연결도로를 찾았을 때였다. 덴마크인 기술자는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공사를 초보자가 하려 들다니…. 조그만 강에 연습으로 하나 만들어 보고 시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양 단장은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속으로는 ‘우리가 정말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양 단장은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졌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침매터널에는 ‘세계 최초, 최고, 최대’라는 수식어가 잇따라 붙었으며 세계 건설업계는 거가대교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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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가덕도∼중죽도를 연결하는 해저 침매터널 15번 함체부근. 지상 입구에서 약2.7km, 해저 44.5m 지점인 이곳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을 위해 외부 공기를 공급하는 튜브를 터널 천장에 설치했다. 부산=나성엽 기자
일본 덴마크 등에 시공된 기존 침매터널 각 함체의 길이는 50∼100m 수준. 이에 비해 거가대교 침매터널을 구성하는 18개 함체 각각의 길이는 180m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함체 1개의 무게는 4만5000∼5만 t. 함체 한 개에 들어가는 철근은 102m² 아파트 970채를 지을 수 있는 분량(3000t)이며 타설되는 콘크리트 양도 460채 규모(1만8000m³)다. 철근만 놓고 보면 바다 밑에 1만7460채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셈이다.
세계 최초로 외해에서 세계 최고 수심(최저 48m) 해저에 침매터널을 내려놓는 작업은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은 기존에 없던 기술을 찾아 나섰고 ‘함체위치 정밀 조절장비(EPS)’를 개발했다. ㄷ자형 구조물 두 개와 각종 유압기로 이뤄진 EPS는 180m 길이의 함체 양쪽 끝을 위에서 아래로 감싼 채 함께 바다 밑으로 내려간다. EPS를 장착한 함체는 네 발 달린 짐승과 비슷한 모습이 된다. 이 모습을 한 채 바다 밑으로 내려진 함체는 EPS를 네 발 삼아 바다 밑에서 몸을 살짝 든 뒤 또 다른 유압기의 힘으로 이리저리 움직여 이미 시공된 다른 함체에 정확히 자신의 몸을 붙인다. 연결이 끝나면 EPS는 함체에서 분리돼 물 위로 올라온다. EPS를 떼어낸 함체는 또 다른 특허기술인 ‘압축공기를 이용한 침매함 접합’ 기술을 이용해 기존 함체와 물샐틈없이 밀착된다.
김석영 대우건설 GK사업관리팀 차장은 “두 가지 특허기술이 없었으면 공사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이 밖에 깊은 수심의 해저 연약지반에 골재를 까는 ‘정밀 기초골재 포설장비’도 개발해 세계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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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단장은 “거가대교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딸이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지금은 대학생이 됐다”며 “힘들고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막상 공사가 끝나면 딸을 시집보낸 허전함이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통영=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