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무대 바리케이드 넘은 서울대 사범대생 송영선 씨
송영선 씨가 경무대 앞 시위 당시 태극기를 두른 자신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내보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송영선 씨(69)는 4·19혁명 당시 경무대로 향하는 시위대를 막고 있던 첫 번째 바리케이드를 가장 먼저 넘은 학생이었다. 송 씨는 50년이 흐른 15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경복궁 옆 청와대 진입로를 다시 찾았다. 그는 “동료들은 A자 목책과 철망을 두른 바리케이드에 걸리거나 넘어져 한 번에 뛰어넘지 못했다”며 “갑자기 혼자 앞에 서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두렵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1960년 당시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 2학년인 송 씨는 동료들과 함께 시위에 나섰다. 당시 경무대로 행진하는 학생들의 맨 앞에는 동국대 학생들과 서울대 사범대 학생들이 있었다.
송 씨는 “다시 모두 함께 서너 개의 바리케이드를 넘어 경무대 입구까지 갔는데 경찰이 실탄 사격을 시작했다”며 “경찰은 도망치는 학생들 등 뒤로 계속 총을 쏘았다”고 회상했다. 송 씨는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정도의 길 옆 배수로 공간에 숨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송 씨는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며 “20분 정도 숨어 있다가 골목으로 빠져나와 혜화동에 있던 수도의과대 병원에 갔더니 그곳에서만 두 명이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50년 전이지만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합니다. 당시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죠. 4·19혁명 정신은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향한 순수한 정신인데 이후의 정치세력들이 악용하거나 폄훼한 면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