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문서 발견 홍석률 교수대학생-언론인 등 면담기록… 당시 지식인 생각 엿보여
미대사관 문서를 번역한 성신여대 사학과 홍석률 교수(45·사진)는 “혁명의 승패가 가려진 뒤에는 사람들이 그 결과를 가지고 당시의 기억을 짜 맞추는 성향이 있다”며 “언론 보도 등 당시 작성된 기록을 살펴야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이 학생들의 면담 요구를 수용했다면 19일의 대규모 유혈 사태는 없었을 것이고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유학 당시 미국 국립문서관 수장고에서 4·19혁명 관련 외교문서들을 복사한 뒤 최근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이를 번역했다. 이용운 해군 참모총장과의 대화를 기록한 문서 등 일부는 기밀로 분류된 것들이다.
홍 교수는 고려대 유진오 총장, 연세대 백낙준 총장, 서울대 신태환 법대 학장, 민영규 연세대 사학과 교수, 언론사 간부, 서울대 법대생, 연세대 대학원생 등과의 인터뷰 기록을 발견했다. 홍 교수는 “백 총장 외의 인물들은 3·15 부정선거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선이었고 이 대통령이 당장 사퇴할 이유는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25일 마산에서 들고 일어난 할머니 시위대가 ‘죽은 학생 책임지고 리대통령은 물러가라’고 플래카드에 쓴 것이 하야를 공식 슬로건으로 내건 첫 집회”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4·19혁명은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이 함께 이뤄지는 길로 나가는 초석이 됐다”며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죽을 때까지 집권했지만 한국은 독재정권을 시민들의 힘으로 몰아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