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히지 않는 화산재
화산폭발 계속돼 분진 확산
“내일께 한반도상공도 영향권”
항공-여행업계 비명
유럽행 국내항공 전면 결항
“9·11때보다 심각한 항공대란”
전자-수출업계도 비상
항공기로만 유럽 수출하는
휴대전화-정밀부품업체 타격
○항공·여행업계 “화산재 비상”
대한항공은 18일에도 인천을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는 여객기 7편과 화물기 5편 등 총 12편의 항공편 운항을 전면 취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럽행 항공기 3편도 모두 결항됐다. 이번 화산 폭발 이후 16∼18일 인천과 유럽을 오가는 국내외 항공기는 여객기 58편 화물기 32편 등 총 90편이 취소됐다. 인천공항 바닥에 담요를 깔고 이틀 밤을 묵었다는 독일인 야흔 크루저 씨(41)는 “독일로 가려다 발이 묶였다”며 “아내와 아들까지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운항 재개를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발묶인 인천공항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발 ‘항공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18일에도 유럽행 항공편 대부분이 운항 취소된 가운데 발이 묶인 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운항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박영대 기자
유럽을 오가는 하늘길이 끊기면서 여행업계도 피해를 보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유럽행 패키지 상품 등을 사흘 연속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루 평균 200여 명의 고객에게 환급 또는 대체 여행 상품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수출업체의 유럽지역 물류 차질도 심화되고 있다. 휴대전화, 정밀부품 등은 통상 철도나 배가 아닌 항공기로만 수출하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물류 담당자에게서 현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들었다”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태스크포스 구성 등 전사적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전화 수출 물량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0∼30%에 이른다.
19∼23일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기계산업 박람회인 ‘하노버 산업박람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KOTRA 함부르크무역관 이수영 과장은 “당장 이번 전시회의 한국관 참가 기업 37개사 가운데 도착한 기업은 2곳뿐”이라며 “한국 제품 홍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화산 피해가 몇 달 이상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번 화산재는 제트기류를 타고 이동해 이르면 20일 한반도 상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범 기상청 황사연구과 연구관은 “화산재가 대부분 이동 중에 내려앉아 국내에서 항공대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약한 황사가 발생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겠지만 화산재의 황산 성분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