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따라잡기 ■
2002년에 개봉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기억하시나요? 주인공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이 허공에 떠있는 투명 디스플레이에 터치로 여러 개 창을 만들고 정보를 찾는 바로 그 장면. 똑같은 형태라고 보긴 어렵지만 영화 ‘아바타’에서도 비슷한 디스플레이가 등장했습니다.
최첨단을 달리는 디지털기기의 면면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속에 숨어있는 ‘아날로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손 안에 든 컴퓨터’로 불리는 애플의 아이폰으로 관상을 볼 수 있다는 것 아시나요? 아이폰으로 인물의 얼굴을 찍으면 프로그램이 얼굴을 분석해 ‘당신의 작고 찢어진 눈은 강한 집중력의 소유자임을 나타냅니다’라는 식의 답을 내놓습니다. 관상을 보는 사람과 보려는 사람이 마주 앉아 진지한 눈빛으로 이모저모를 뜯어보는 아날로그적 행위를 디지털기기가 대신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저서 ‘디지로그’를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합친 ‘디지로그’라는 단어를 탄생시켰습니다. 디지로그에서의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전자공학에서 쓰는 기술용어보다 좀 더 넓은 정보기술(IT) 전반의 문명현상을 담습니다. 책을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그 공존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 책 속에서 키워드 찾기 ■
예를 들어봅시다. 아버지가 날이 더우니 바람이 들어오게 창문을 열라고 해서 아이가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와서 모기 들어온다고 문을 닫으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창문을 닫아야 할까요, 열어야 할까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책에선 답을 ‘선택’이 아닌 ‘창조’에서 찾으라고 말합니다. 방충망을 설치해 문을 닫으면 모기는 들어오지 못하고 바람은 들어오겠죠. 책은 이와 같이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잇는 ‘디지로그’가 희망의 키워드라고 말합니다.
디지로그의 사례는 주변에서 다음과 같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와 다음이 제휴를 통해 종이책과 디지털 콘텐츠의 결합이라는 디지로그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아시다시피 교보문고는 국내 최대의 아날로그 대형서점이고 다음은 국내 포털의 대표주자 중 하나가 아닙니까?(중략) 마우스 같은 입력 장치인 태블릿도 전형적인 디지로그 제품이지요. 종이와 연필을 쓰는 것처럼 태블릿판에 볼펜처럼 생긴 전자펜으로 글씨를 쓰거나 세밀한 그래픽 작업까지 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 선거 벽보도 디지로그 융합의 결과물로 볼 수 있어요(중략). 사이버 벽보는 수만 명 후보자의 미니홈피를 한데 모아 놓은 거예요. 지역별, 이름별, 정당별로 후보자 검색이 가능하고 후보자 개개인의 신상과 주장, 공약 등 개인적인 사항부터 후보자 간 대비는 물론 장단점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투표할 사람으로선 디지털 정보로 사람을 정하고 투표는 아날로그 식으로 하게 되는 것이지요(164쪽).
디지털 혁명은 어디까지 계속될까요? 빠르게 변화하는 삶 속에서 아날로그적인 삶은 어떻게 남겨질까요? 중요한 점은 ‘나는 디지털 세대를 이해할 수 없어!’ ‘시대에 뒤떨어지게 아날로그 감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니’ 같은 마음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① 디지로그의 사례를 세 가지 찾아봅시다.
② 다음 글을 읽고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주제로 1000자 이내의 글을 써봅시다. 아래 e메일 주소로 글을 보내준 독자 중 다섯 분을 선정해 책을 선물로 드립니다.
· 생활(living)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삶(life)은 어디에 있는가.
· 지혜(wisdom)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생활은 어디에 있는가.
· 지식(knowledge)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 정보(information)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
- T S 엘리엇의 ‘바위’ 중에서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