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대주주 손바뀜 우여곡절 속기술 제일주의로 오뚝이처럼 재기오늘 신고서 제출, 내달 중순 재상장공모가 8만원 안팎 결정될 듯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경기 평택시에서 가동 중인 브레이크ABS공장을 임직원들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만도
만도는 신군부에 의한 기업 강제 통폐합, 외환위기로 인한 모 그룹의 부도 등 굴곡 많은 한국 현대 경제사를 상징하는 회사다. 하지만 부도가 나도, 대주주가 여러 번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어도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은 덕분에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도 손색없는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평가 받고 있다.
만도는 자동차 제동장치, 조향장치, 쿠션장치 등 섀시시스템을 생산하는 부품 전문업체. 자동차 부품 중 엔진을 제외한 가장 중요한 부품 3가지를 모두 만드는, 세계적으로 드문 회사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인 독일 보쉬도 제동장치와 조향장치를 생산할 뿐이다. 한마디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사에서 현대자동차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만도는 세계 7개국 공장과 국내 3개 공장, 연구소에 ‘품질 제일’ ‘기술로 승부할 때’라는 구호를 걸어두고 있다. 최첨단 안전기술에 집중 투자해 버튼만 누르면 자동 주차되는 시스템을 개발 완료했고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기술도 개발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술력이 한국 부품업체 중 가장 좋고, 특히 세계적 부품회사 가운데 만도처럼 직각 자동 주차시스템을 개발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는 만도의 공모가가 8만 원대를 전후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인영 회장은 회사가 당한 모진 역경을 딛고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담아 ‘인간은 할 수 있다(Man Do)’는 의미의 만도기계로 사명을 바꿨다. 서울 사옥 집무실을 한국중공업이 보이는 곳에 두고 매일 되찾아올 것을 다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그 충격 때문인지 1989년 뇌중풍에 걸려 이후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이때 붙은 그의 별명이 ‘휠체어의 오뚝이’.
뺏긴 공장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만도기계는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막 도약하려던 찰나 외환위기가 닥쳤다. 계열사인 한라중공업이 부도가 나자 지급보증을 섰던 만도기계도 부도를 낸 것. 이후 한라그룹은 만도기계를 포함해 팔릴 만한 모든 계열사를 매각했고 정인영 회장은 자택까지 내놓고 전셋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정인영 회장의 둘째 아들 정몽원 회장은 한라건설, 한라콘크리트 등을 키우면서도 항상 만도에 눈길을 두었고 2008년 3월 KCC, 산업은행 등과 함께 만도를 되찾았다. 당시 홍콩에서 인수계약을 성사시킨 정 회장은 귀국하자마자 2006년 타계한 부친의 묘소를 찾았다.
변 사장은 “이번 상장은 단순히 만도가 증시에서 거래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며 “이번에 모은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종합부품회사로 도약하고 2013년까지 세계 50위권의 자동차 부품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