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대체로 차분“애들 돌아오면 뭘 바라겠나”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육군 치누크 헬기를 타고 온 천안함 실종자 가족 대표들과 합동 조사단원들이 14일 백령도 사곶비행장에 내리고 있다. 이들은 곧바로 해군 헬기 2대에 나눠 타고 천안함 인양작업 지휘본부인 독도함으로 향했다. 백령도=홍진환 기자
14일 천안함 실종자 장례위원장으로 뽑힌 나현민 일병의 아버지 나재봉 씨는 사흘 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아들의 생일을 맞았다. 가족들과 함께 생일 케이크를 자른 지 며칠 만에 아들의 죽음을 인정해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참담하다. 그럼에도 ‘식사는 하셨느냐’는 질문에 나 씨는 “아들이 곧 돌아오는데 밥은 먹어야지”라며 애써 담담하게 답했다.
함미 인양을 하루 앞둔 14일 실종자 가족들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대부분의 가족은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뉴스를 지켜봤다. 서울의 집에 갔다가 인양작업에 곧 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한 안동엽 상병(22)의 어머니 김영란 씨는 “내일 새벽기도를 갔다가 (평택으로) 내려간다”며 “곧 아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니 반갑다”고 말했다. 배가 파도에 출렁이면 “놀이기구 타는 것 같아 재미있다”고 했던 이발병 아들은 사건이 벌어진 시간에 함미의 1층 식당에 간 뒤 소식이 끊겼다. 심영빈 하사(26)의 아버지 심대희 씨(60)도 가족협의회 측에서 전달 받은 인양계획을 설명하는 동안 시종일관 담담했다. 심 씨는 “애들만 돌아오면 더 바랄 게 뭐 있겠느냐”고 체념한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몇몇 가족은 실종자의 유실을 우려했다. 함미 예인 현장에 있었던 한 실종자 가족은 “예인되는 함미를 실제로 보니 연돌만 떨어진 게 아니라 한 층이 다 뜯겨 나갔더라”며 “충격이 예상보다 컸던 것 같은데 저런 상태라면 갑판에 있던 실종자들은 찾기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평택=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