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초소 지날때마다 소독
“날벼락을 맞은 기분입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인생 기로에 선 것 같습니다.”
12일 구제역 오염지역인 인천 강화군 선원면 금월리 유재명 씨(37)의 한우농장. 3년 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우 사육에 전념하기 위해 낙향한 유 씨가 쓰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만 내쉬었다. 이날 유 씨가 기르던 한우 176마리가 포클레인, 제독차량 등의 소음 소리를 들으며 모두 도살 처분됐다.
구제역 양성반응이 나타난 5개 축산농가에서 반경 3km 내 218농가 2만8000여 마리의 소, 돼지를 도살 처분해야 한다. 강화군은 12일 도살 처분 대상 우제류 2만5854마리(211개 농가) 중 12.2%인 3155마리(16개 농가)에 대한 도살 처분을 마쳤다고 밝혔다. 안덕수 강화군수는 “축산농가가 도살 처분에 적극 협조하기로 해 1, 2일 사이에 예방적 도살 작업을 거의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 팔만대장경이 판각된 사적지인 선원사도 구제역 오염지역에 속해 절에 있는 소 3마리도 도살 처분해야 한다. 이들 소는 혀로 목탁 소리를 낸다는 ‘우보살’로 언론에 소개돼 부처님 오신 날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선원사 성원 스님은 “목탁 소리를 내 많은 사람이 신성시하는 소가 죽음을 피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화=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