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북한은 남북관계를 정반대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 북한은 남측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지 않는다며 남측 정부가 지어준 금강산이산가족면회소 등을 동결하고 중국 기업에 관광 사업권을 넘겨주려 하고 있다. 또 북한군은 10일 남측 국방부에 통지문을 보내 동해선과 경의선 남북 육로 통행을 중단하거나 통행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위협했다.
돌이켜 보면 북한 신년공동사설의 포인트는 ‘대화 제의’보다는 ‘전제조건’에 있었던 모양이다. 당시 사설은 “남측 당국이 6·15공동선언을 부정하고 외세와 결탁하여 대결소동에 계속 매달린다면 북남관계는 언제 가도 개선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남측 당국은 대결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라”고도 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1월 남측과의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무산된 이후 서해에서 대청해전(11월 10일)을 일으켰고, 남측이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지 않는다고 거칠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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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강산관광 계약을 깨는 등 단절과 고립을 심화하는 것이 북한의 활로일 수는 없다. 오히려 금강산 피격 사망자의 억울한 죽음과 같은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야말로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맞고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길이다. 또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할 게 아니라 체제를 개혁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에 당혹스러워하지 않도록 분발하면 될 일이다. 북한의 미래는 대결이 아니라 남한과의 대화와 관계개선에 있음을 직시했으면 한다.
신석호 정치부 kyle@donga.com